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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제이 May 06. 2019

시간을 품은 익선동

레트로 중간 어디쯤

여섯 번째,

감성 돋는 날



남편은 집순이인 나의 외출을 자극하기 충분한 곳을 찾아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였지만 요즘 완전 '핫플레이스'라기에, 이곳을 안 가본 사람은 '아싸 (아웃사이더)'라기에 잠시라도 지체하면 유행에 뒤 춰지는 사람이 되는 것 마냥 "그 정도로 핫해?"라며 서둘러 꽃단장을 했다.


어린이날 연휴 때문인지 유독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우리 커플이 향한 곳은 '나 혼다 산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각종 매스컴을 타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종로 익선동이었다.


익선동 한옥마을
레트로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너무 많은 인파에 놀랐으나, 어느새 감성을 자극하는 알록달록 색감이 쁜 카페와 식당, 로드숍들에 두리번두리번 내 시선은 이 모든 것들을 눈에 담아내느라 바빴다.


아씨 방앗간 디퓨저 가게


지나가는 대학 초년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들이 친구들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갬성 저장"이라 외치며 깔깔거린다.




그렇다.

이곳은 도심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복잡한 감성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SNS에 올리면 금방 "어머, 여긴 꼭 가봐야 돼!"호들갑 떨 정도로 시선을 잡아끄는 이색적인 것들로 가득했다.


익선 주택 Coffee & Bar


개화기를 겪어 본 적이 없는 우리 세대가

티비로만 접하던 개화기 느낌이 물씬 나는 '익선 주택' 카페에서 '홍콩식 와플 디저트'를 먹고,

한옥 집들 사이로 '심플 도쿄'라는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스페인 전통 음식인 '새우 간바스'를 먹고,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현혹되고, 심지어 개화기의 의상까지 대여해  한껏 멋을 낸 사람들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구스 아일랜드 Pub


사람은 슬픔과 상실감을 겪을 때 과거의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현재를 벗어나는 ‘해독제’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곳으로 향하는 수많은 발걸음은

높은 빌딩 속 서양식 모던함에 지칠 때쯤,

치열한 현실 살아 내고 있는 우리에게 '레트로'라는

'감성 해독제' 필요해서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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