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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Jul 13. 2023

7년 만의 재임신, 쎄다 쎄

첫째 임신 때랑 모든 것이 낯선 이유는?

2015년 6월에 결혼을 하고 2016년 4월 임신을 했죠. 나름 10개월의 신혼을 보낸 뒤였고, 아이를 무척 갖고 싶었기에 남편과 저는 임신 소식에 정말 행복했어요. 당시 제 나이는 만으로 30세였고, 남편과 어학공부를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었죠.


임테기 2줄을 확인하고 동네 병원인 GP를 찾았지만, 임테기 두줄이면 임신이 맞다는 말만 해주더라고요. 피검사나 초음파 같은 건 없는 나라! 더블린에서 초음파는 자주 하는 게 안 좋다고 생각해서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임신기간 통틀어 딱 3번만 한다고 합니다.


궁금한 마음을 뒤로하고 잘 크고 있겠지 생각하며 임신 초기를 보냈어요. 임신을 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몸에 큰 변화는 없었었요. 결국 우리 부부는 한국으로 귀국을 결정했고, 떠나기 전 마지막 일주일은 아일랜드 투어를 결심했죠! 한인교회에서 알게 된 다른 부부와 함께 차를 빌려 아일랜드 구석구석을 여행했어요. 배도 타고 커플 자전거도 타면서 자연의 신비가 묻어나는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도, '내 몸에 아기가 있다'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했죠! 음식도 너무 잘 먹었고 잠도 너무 잘 잤어요. 단, 차(고속버스)를 타면 속이 울렁거리긴 했죠.

임신 8-9주차, 아이랜드 여행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어요. 산부인과를 가니 임신 10주, 아이는 4cm 정도 자라 있었어요. 처음 해보는 초음파에 신기하기도 했고, 비로소 드디어 내가 엄마가 되었구나 라는 자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임신 기간을 거쳐 아이는 16년 12월에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 꼬마가
요렇게 컸어요


입덧 하나 없이 순둥 순둥하게 곁에 와준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고 있어요. 저는 한국 나이로는 39세였지만 얼마 전부터 조금 젊어져 만 37세가 되었어요. '내년에 마흔이네 하면서' 늙어감을 고찰하던 찰나, 다시 30대로 살아갈 2년이 더 생겨서 조금은 젊어졌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착각은 정말 착각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사건이 생겼으니, 제가 둘째를 임신한 것입니다! -두둥-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둘째를 가져보려고 남편과 많은(?) 숙제와 노력을 하였으나 11월에 재임신 후 8주 만에 유산이 되고 말았어요. 쌍둥이였다고 하는데 제대로 크지 못하고 제 곁을 떠나고 말았지요.


아픈 마음을 쓸어안고, 남편과 저는 운동과 건강에 초집중을 했습니다. 아이가 우리를 떠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엄마 아빠가 건강해지면 분명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며 남편과 크로스핏 운동을 시작했죠. (참고로 남편은 저보다 4살이나..(부러워) 어립니다) 처음엔 좀 버겁더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나가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몸이 많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느낄 만큼 체력이 올라왔죠.


그렇게 노력에 노력을 계속해오던 우리 부부에게 드디어 둘째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테스트기로 바로 둘째의 존재를 확인했고 오늘은 그날로부터 6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6일이 60일같이 느껴졌다면 과장일까요? 하루하루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각종 증상들이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저녁에 먹겠다고 닭볶음탕을 사 왔는데 뚜껑을 열자마다 우웩 하는 소름 돋는 구역질이 나는가 하면, 계속 토할 것 같은 기분과 토할 때 나오는 이상한(?) 침이 계속 입에 고이고 결국 토를 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에게 감기를 옮아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째때 너무 편했던 터라, 둘째 임신? 별 것 아니겠지 생각했던 저의 오만함은 6일 만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기야 엄마가 착각했네 미안....) 첫째 때보다 무려 7년이나 더 살아서 이미 노산의 범주(만 35세 이상의 산모)에 들어와 있다는 것, 임신의 증상은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280일 days라는 임신 어플을 깔고 하루하루 날짜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데요. 어플에 보이는 콩알보다 작은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앞으로 무려 247일이 남았다고 친절히 알려주네요.

기쁨이 안녕??


이제 4주 차 5일을 지나고 있는 노산 임산부로서, 앞으로의 247일이 안전하고 건강하기만을 바랍니다. 지난번 같은 유산이 없기를, 기쁨 가득한 마음으로 아이를 만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 찾아온 아기천사의 태명은 '기쁨이'입니다.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기쁨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어요. "기쁨아 네가 거기 있다고 엄마에게 말해줘서 고마워. 엄마가 기쁜 마음으로 잘 이겨낼게. 건강하게만 커다오."라고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를 왜 더 낳으려 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겠지만, 첫째를 키우면서 자녀만큼 깊은 사랑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는 존재는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여러 힘든 과정, 시간 있었지만 또다시 둘째 계획을 감행하게 되었지요. 생일이 늦어 만 나이로 2살이 깎이면서 나도 아직 30대야 라는 자신감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험난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기쁨으로 무장하고 이 시간을 담담히, 건강히, 잘 버티려 합니다.


기쁨아, 노산 엄마 잘 봐주라. 건강하게 만나자!

35세 이상 임산부 모두모두 파이팅!

첫째 임신때 그려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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