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랜만에 글을 쓴다. 마지막 글이 12월 28일이었으니,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모니터 앞에 앉은 나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온종일 이어지는 독박 육아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글쓰기였는데, 며칠간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감정과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 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무언가를 활자로 나타내는 일종의 생산적 활동인데, 며칠간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글쓰기조차도 귀찮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나름의 열정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교사였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는 어떤지 모르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있어서는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실했고, 나만의 색깔로 고유의 영역을 지켜나가던 교사로 일했다. 그 대가로 월급을 받았고 스스로 나 자신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시간들이 늘 존재했다.
육아에는 월급이 없다. 아무도 나를 부족한 엄마라고 탓하지 않지만, 실수 투성이인 자신을 보며 모자란 엄마라는 수식어를 지우기가 어렵다. 엄마 노릇이라는 것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죄책감과 좌절감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현명한 엄마 되는 법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늘 어깨가 무거웠다.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기에 나의 육아는 그리도 험난하고 힘든 것이었으리라. 앞으로도 그 무게가 그리 가벼워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얕은 한숨이 난다.
'아이를 길러낸다'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이 있을까. 인내심, 희생 정신, 끈기, 사랑... 이 세상의 모든 중요한 가치들이 총집합된 것 같은 육아. 난 엄마로서 그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졌다면 나의 육아는 좀 더 편안해졌을까? 시간이 날 때는 그저 쉬고 멍때리기도 하고 그러면 될 텐데, 난 아이를 키우는 2년 넘는 시간 동안 내게 자유시간이 생기면 육아 아닌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 적이 많았다. 온몸을 갈아넣는 것만 같은 극한의 육아로는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기에,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아니면 무엇을 하든 간에 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줄을 너무 팽팽하게 당겨 툭 하고 끊어진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가 낮잠을 자서 내게 자유시간이 생기면 그냥 소파에 누워 잡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 예전에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졸려도 꾹 참고 책을 보거나 운동을 했었는데 말이다. 내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휴식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제대로 충전이 되어 다음 육아도 훨씬 수월해짐을 느꼈다.
요즘 홈트를 하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매일 글 쓰기, 매일 운동하기, 매일 책 읽기 등 초등학생 겨울방학 생활계획표를 방불케 하는 빡빡한 일정을 짜 놓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이제 조금 나사를 풀기로 마음 먹었다. 글은 쓰고 싶을 때 쓰면 되고, 육아로 너무 피곤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운동도 하루 건너뛸 수 있는 여유를 갖기로 했다. 중요한 정보를 혹여나 놓칠까 봐 피곤한데도 눈이 빠지도록 보았던 유명한 소아 전문의들의 유튜브 영상도 가끔씩 마음 내킬 때만 보기로 했다. 이렇게 육아에 조금씩 틈이 생기면 그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것 같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