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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떠난 유럽 40일 드라이브] - 14화

여행 7일 차(2023. 1.17) 스트라스부르

by Juno Curly Choi

날이 많이 추워졌다. 오늘 아침 기온은 0도. 유럽이 이상기후로 이번 겨울이 너무 따뜻했다는데 이제 제 기온을 찾아가는 건가. 평년의 정상의 날씨로 돌아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자에게는 반갑지만은 않다. 날씨 탓인지 강행군의 여행 탓인지, 써니가 어제 오후부터 미열이 있었는데 몸살이 온 것 같다. 원래 일정은 오전부터 스트라스부르 시내 구경을 나갈 예정이었지만, 써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오전에는 숙소에서 쉬고 컨디션을 보고 오후 일정을 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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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쉬는 동안 잠깐 바깥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고 했지만, 영 시간이 안 간다. 나도 간만의 휴식에 몸은 편안하지만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40일간의 긴 여행이긴 하지만, 여행 다녀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해진 일정에 없는 휴식을 취할 땐 왠지 불안하다. 그저 잠이나 좀 자고 하면 될 일인데 편하게 쉬는 것도 어렵다.

부엌에 앉아 조용히 음악을 듣는다. 여행지에서 며칠 묵어가는 숙소이지만 일반 가정집으로 꾸며진 공간이라 괜히 친숙한 느낌이고 정이 간다. 음악도 그래서 더 편안하게 들리는 것 같다.

오전에 감기약을 먹고 침대에 늘어져 푹 쉰 써니는 다행히 컨디션을 회복했다. 약 기운으로 잠시 나아진 것일 수도 있는데,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써니를 데리고 스트라스부르 시내 구경을 나갔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스트라스부르 노틀담 대성당. 스트라스부르 시내에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으니 구글맵으로 성당을 찍고 찾아가면서 중간에 볼 수 있는 것들은 구경하기로 했다. 도시의 큰길, 작은 길을 천천히 둘러보며 성당을 찾아가는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성당의 모습.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여행하는 동안 보고 듣고 먹는 것에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도 나를 쳐다보며 '아빠 어서 오셔서 이것 좀 보세요~'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이 압도적 규모의 건물과 그 외벽에 새겨진 조각상들의 디테일이 공존하는 경이로움. 한동안 말없이 성당을 바라보았다.


IMG_6250.HEIC 스트라스부르 노틀담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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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으면 올라라...라는 옛말(?)이 있었던가. 140미터 높이의 성당 전망대에 올라갔다. 어떻게 건축, 건설을 했을까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나선형 계단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올라가니 스트라스부르 도시 전체가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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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성당 내부에 들어오면 그 분위기만으로 경건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엄청난 물자와 노력을 들여서 왜 이렇게까지 웅장하고 화려하게 성당을 지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인간 세계 그 이상에 존재하는 신의 세계를 어떻게든 표현해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지만 일반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형상으로 성당을 지어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신 앞에 겸허해지고 경외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성당에 있는 내가 그런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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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입구에 마련된 봉헌초에 불을 붙여 올리고 제단 앞에 나아가 셋이 함께 기도를 드렸다. 세계 평화와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의 건강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파리에 바토무슈(센강 유람선)가 있다면, 스트라스부르엔 "바토라마"가 있다. 일강을 따라 스트라스부르의 역사와 주요 건축물을 구경하는 유람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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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만난 것은 유럽연합(EU) 의회 건물. 유럽연합 의회 건물이 스트라스부르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IMG_6323.HEIC 유럽연합 의회 건물

유럽연합이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건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 이야기 즉슨,,,

----긴글주의---------------------------

스트라스부르가 있는 알자스는 독일과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지역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을 뿐 아니라 영토가 비옥하여 두 국가 양쪽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차지하기 위해 탐을 냈었다 한다. 오래전 프랑크 왕국이 3개의 프랑크 왕국, 즉 동프랑크, 중프랑크, 서프랑크 왕국으로 분열된 후 중프랑크에 속했던 알자스는 이후 동프랑크로 편입되면서 처음으로 독일 영토가 되었다. 이후 1600년대 초 30년 전쟁에서 신성로마제국(현 독일)이 패하면서 세계사 시간에 들었던 기억이 있는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인해 전쟁 상대방이었던 프랑스에 알자스의 일부가 넘어가게 되고. 그 후 17세기 태양왕 루이 14세의 영토 확장으로 알자스는 완전히 프랑스로 편입된다. 그러다 1871년 보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면서 알자스는 다시 독일로 넘어가는데,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하면서 1818년 다시 프랑스로 넘어가고... 헥헥. 이후 세계 2차 대전에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알자스는 다시 독일에 속하게 되지만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하면서 알자스는 프랑스로 넘어가 현재까지 프랑스 영토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스트라스부르는 여러차례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던 이유로 두 나라의 문화가 많이 섞여있고 아직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스트라스부르에 유럽연합 의회가 세워진 것은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무드 속에 과거 치열하게 알자스를 차지하기 위해 다퉜던 역사적 배경이 있는 이 도시가 이제는 유럽의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어 그리된 것이라 한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다 나오는 이야기인데 쓸모없이 길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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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우리 써니가 강펀치를 날리고 있는 사진은 1차 세계대전 후 알자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스트라스부르에 있던 독일제국 빌헬름 황제의 동상을 사람들이 때려부셨는데, 그때 찌그러진 동상의 머리 부분이다. 우리 써니가 적절하게 연기를 잘했구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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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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