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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떠난 유럽 40일 드라이브] - 15화

여행 8일 차 (2023. 1. 18) - 스트라스부르 > 슈투트가르트

by Juno Curly Choi

오늘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떠나 이번 여행의 3번째 도시인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날이다.

써니는 언제 몸살이었냐는 듯 말끔해졌고, 대신 워니가 바통을 이어받아 콧물 찔찔이다. 짐을 정리하고 떠날 차비를 마치니, 우리 여행자 3명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지쳐 보인다고 할까. 여행 8일 차이고 앞으로 32일을 더 다녀야 하는데, 힘을 내길. 숙소 주인과의 약속대로, 체크아웃하면서 열쇠는 지정된 자리에 가지런히 놓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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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조금 흐리다. 기온은 영상 1도. 날씨 앱에서 검색해 보니 목적지인 슈투트가르트는 스트라스부르보다 기온이 2도 낮은 영하 1도. 눈 예보도 있다. 차로 국경을 넘어야 하고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려야 하는데 눈이 많이 오면 길이 미끄러울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


국경을 지나는 다리를 넘어서 주유를 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가니, 들리는 언어가 바뀌었다. 프랑스에선 "봉쥬~" 하면서 들어갔는데, 이젠, "할로~" 해야 한다. 언어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차창 밖의 풍경도 달라졌는데, 설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속도도 프랑스 고속도로의 2배는 되는 것 같다. 참고로 독일 고속도로는 톨비가 없다. 자동차로 유럽 여행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국가마다의 고속도로 톨비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국경을 넘을 때마다 해당 국가의 톨비를 확인해야 한다. 프랑스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처럼 진입할 때 티켓을 뽑고 고속도로 나갈 때 요금을 지불한다. 스위스 같은 나라는 비넷이라고 하는 고속도로 통행증을 구매해야 하는데, 독일은 자동차의 나라답게 고속도로 통행료가 공짜다. 빠듯한 예산으로 여행하는 여행자에게는 참으로 기쁘지 아니할 수가 없다.


GPTempDownload (2).jpg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을 넘는 순간
GPTempDownload (1).jpg 독일로 들어가 얼마 가지 않아서 설경이 펼쳐졌다

이번 여행 코스에 독일을 넣은 이유는 둘째 워니의 자동차 사랑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전거, 킥보드, 소형 모형 자동차 등을 타는 걸 좋아했던 워니는 장래희망도 비행기 조종사이다.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독일의 3대 자동차 회사 (포르쉐, 벤츠, BMW) 박물관은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굳이 독일을 여행 코스에 넣었다. 오늘 목적지인 슈투트가르트에는 포르쉐와 벤츠 박물관이 있고, 오늘은 포르쉐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포르쉐 박물관 앞. 탑조형물 위에 자동차가 매달려 있는 것이 장관이다.

두어 시간을 달려 포르쉐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 앞 광장에는 큰 탑이 세워져 있는데 그 위에 포르쉐 자동차가 매달려 있다. 하늘로 치솟는 모양의 조형물을 통해서 비상하는 자동차? 혹은 포르쉐의 슈퍼 성능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포르쉐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 있었고, 직접 자동차에 앉아볼 수도 있게 되어 있고, 시뮬레이션으로 운전도 해볼 수 있는 게임 같은 장치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워니는 아주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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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으로 모형 자동차도 하나 구입했다.

첫째 써니는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눈앞에 전시된 화려한 자동차 디자인에 미적인 관점에서 감상을 하는 듯했다.

이번 여행을 오면서, 아이들에게 각각 최대 300유로 안에서 기념품을 살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해 줬다. 한도를 정하지 않으면 끝도 없이 사달라고 조를 것 같아서, 전체 여행지를 잘 고려해서 어디서 얼마를 쓸지 각자 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둘째 워니는 그 기념품 용돈을 모형 자동차 쓰는데 대부분 사용했다. 포르쉐 박물관에서도 타이칸 모형을 하나 샀고 그 모형은 지금도 워니 침대 머리맡에 화려한 조명과 함께 잘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2박을 할 예정인 숙소에 6시경까지 도착하겠다고 숙소 주인장에게 연락을 해 둔 터였다. 마트에 들러 간단하게 저녁 먹을거리를 사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슈투트가르트 시 외곽에 있었고,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아주 멋진 저택이었다. 1층을 우리가 쓰고 2층에 노부부인 주인 분들이 머무시는 구조였다. 아마도 평소 손님이 없을 때는 1층까지 주인 분들이 쓰시고, 여행자 손님을 받는 날에는 1층을 숙소로 내어주시고 2층에서 생활하시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집안을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어제까지 머물렀던 스트라스부르 숙소가 서울 북촌의 한옥 체험 같은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성북동 부촌 브라이빗 빌라 같은 느낌이다.

IMG_6623.HEIC 숙소 앞에서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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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온 고기로 저녁을 차려 먹고 불멍하면서 쉬는 아이들

요리에 필요한 모든 향신료 풀라인업이 구비되어 있고, 각종 오일과 발사믹식초에, 그릇들도 구색을 잘 갖추어 비치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숙소 내부에는 벽난로도 있었고, 마음껏 나무를 태울 수 있게 장작을 무한 리필 해주셔서 평소에도 불멍을 좋아하는 워니와 나는 원 없이 나무를 땔 수 있어 좋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바닥 난방시스템과는 다소 다른 라디에이터 난방 방식이라 집이 다소 추울 수밖에 없는데, 벽난로에 나무를 빵빵하게 땐 덕분에 집안 공기가 훈훈해졌다. 난로가 꺼진 새벽에는 다소 한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밤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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