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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Curly Choi Jul 18. 2023

[아이들과 유럽 자동차여행 40일] - 13화

여행 6일 차 (23.1.16) - 콜마르

어느덧 여행 6일 차. 스트라스부르라는 도시에서 첫날이다. 월요일. 보통 유럽에 박물관, 미술관 공원 등은 월요일에 휴무인 곳이 많다. 스트라스부르의 여러 박물관이며 미술관도 오늘 휴무다. 하루 그냥 쉴까.. 생각하다가 무슨 소리.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구경할 것은 많다. 그래서 스트라스부르 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콜라르 라고 하는 소도시에 가볼까 한다.


콜마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되었다는 곳이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다. 갔다가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콜마르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있는 뮐루즈라는 곳에 프랑스 국립 자동차 박물관도 가볼까 한다. 여기는 파리에서 만난 친구의 남편, 파트릭이 알려준 곳이다. 워니가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고 했고, 마침 콜마르에 구경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가보라고 추천해 준 곳이다.

스트라스부르의 새벽 여명

아침에 일어나니 써니가 미열이 있다. 여행 6일째, 사실 첫날부터 조금씩 미열이 있다가 없다가 했었는데, 어제 장거리 이동을 하고 피로했는지 또 미열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조금 지켜봤는데 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닌 듯하여, 옷을 따뜻하게 여며 입혀서 길을 나선다.


콜마르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어제 오랫동안 차를 타고 왔는데 다시 고속도로로 나가니 아이들이 얼마나 가야 하는지 묻는다. 둘째 워니는 자동차를 좋아하기도 하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 부담도 없는데, 써니는 차멀미를 한다. 어제도 파리에서 출발할 때 멀미약을 미리 챙겨 먹고, 이동 중에서 혹시 몰라서 멀미약을 따로 챙겨서 차에 올랐었다. 오늘은 편도 50분 정도 가는 길이라 금방 도착할 거라 얘기를 했는데도 멀미약을 챙겨 먹겠다 한다. 살짝 미열도 있는데, 멀미약까지 챙겨 먹고 아빠를 따라나서는 써니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여행을 다니면서 계속 겪게 되는 아빠의 마음이다. 아이들에게 구경시켜주고 싶은 명소는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또 아이들의 컨디션이 따라주지 못할 때, 고민이 된다. 한국이었으면 여행이 뭐가 중요해, 무조건 하루 쉬자고 하겠지만, 여기는 한번 나오기가 어려운 곳이라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아도 잘 달래서, 약 먹여서 데리고 다니게 되는데 그러다 탈이 날까 또 걱정이 된다. 여행의 전체 일정이 계획되어 있지 않다면 하루 쉬고 여유 있게 다니겠지만 우리는 패키지여행 못지않게 일정이 꽉 짜여 있다. 하루를 쉬면 그곳은 여행을 하지 못하고 건너뛰어야만 한다. 고민 끝에 아이의 상태가 많이 나쁘지 않아 보이니 일단 아이를 잘 다독여서 강행군을 선택했다. 어쩌면 내 욕심인 건데...


콜마르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만든 '바르톨디'가 콜마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콜마르 들어가는 초입에 자유의 여신상을 세워두고 그를 기념하고 있다. 그들의 자부심 같은 것도 느껴진다.

콜마르 초입에 세워져 있는 자유의 여신상

콜마르 중심 광장 쪽에 주차를 했다. 공공장소에 주차는 처음이다. 차를 세워두고 근처에 있는 주차권 머신이 있는 곳으로 갔다. 프랑스어로만 되어 있다. 한참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 보니 대강 사용법을 알 것 같다. 먼저 우리 차의 넘버를 입력하고 동전을 넣으니 그 금액만큼 시간이 올라간다. 최소 금액과 시간이 있고 그다음부터는 지불하는 돈만큼 조금씩 주차 가능 시간이 늘어나는 시스템인 듯하다. 혹시나 해서 다른 차들을 염탐해 보니 모두 운전석 앞에 주차 티켓을 올려다 두었다. 우리는 시내 구경을 하고 올 거라 1시간 반 남짓 여유를 두고 주차권을 샀는데, 점심까지 먹으려면 시간이 부족할 듯하여 다시 시간을 더 추가하여 주차권을 재발급했다. - 나중에 밥 먹으면서 시간이 부족하여 밥 주문해 두고 다시 주차해 둔 차량으로 와서 주차 시간을 다시 추가해야 했다 -  

콜마르 주차티켓 - 생각보다 콜마르에 오래 머무르게 되어 총 3번 주차 시간을 추가했다

콜마르는 도시 전체가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다. 수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집들이 예쁘게 보존되어 있다. 거리를 걷다 보니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정도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콜마르 거리

이탈리아 베니스를 옮겨 놓은 듯 한 쁘띠 베니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사진 속 워니는 내 패딩을 입고 있다. 실은 아침에 콜마르를 가는 고속도로에서 간이 휴게소에 들렀는데, 거기서 워니가 패딩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날이 추우니 패딩을 잘 입으라 했는데, 차를 타면 덥다고 일단 들고 가겠다는 워니의 말에 그러려니 했다. 나도 이것저것 딴 것에 신경 쓰다 정작 패딩을 집에 두고 길을 나선 것을 놓쳤다. 내가 꼼꼼히 챙겼어야 하는데, 나도 초행길을 가는 상황이라 미리 길도 찾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워니 옷을 놓쳤다. 콜마르의 날씨가 서울의 겨울처럼 살을 에는 추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1월이고 겨울인데 패딩 없이 다니기는 어렵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가지고 오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냥 나를 희생하기로 한다. 내 패딩을 입히고 나는 어떻게든 버텨보기로 하고 그냥 콜마르로 향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단 날이 많이 춥지 않았다. 추위보다 더위와 갑갑함을 참지 못하는 워니가 아빠 패딩을 벗어던지는 바람에.. 내가 살았다.

쁘띠 베니스
뭐가 맘에 들지 않는지 투정을 부리는 워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델이 된 '메종 피스테르 Maison Pfister'를 찾아간다. 크리스마스 축제가 지난, 1월 중순인 데다 많은 상점과 박물관이 휴무인 월요일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거기다 비도 살짝 뿌린다. 간간히 여행객들이 보이긴 했지만 다소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마을이 조용하다. 한적해서 구경하기에 여유가 있고 좋긴 하지만, 이런 곳은 다소 사람들로 붐벼야 그 멋이 더하는데, 조금 아쉬웠다. 특히 관광객 많은 파리를 구경하고 와서 그런지, 괜히 허전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여기 콜마르는 봄이나 여름에 오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올 수 있을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델이 되었다는 메종 피스테르
휴무일이라 문 닫은 상점 밖에서 아이쇼핑

보슬비 내리는 거리를 천천히 거닐며, 문 닫은 상점의 진열대를 유리창 밖에서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때가 되어 근처에 문을 연, 구글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을 찾아가 '슈쿠르트'로 점심을 먹었다. 슈쿠르트는 파리에서 만난 파트릭이 콜마르가 있는 알자스 지방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한 지역 대표 음식이다. 양배추 절임이랑 베이컨, 소시지, 고기 등을 같이 먹는데 양배추 절임에서 묘하게 볶음김치 맛이 나서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알자스 지방 전통 음식, 슈쿠르트
쥬니어용 스테이크와 디저트로 먹은 크렘 블레(Creme Blelee)

점심을 먹고 뮐루즈에 있는 프랑스 국립 자동차 박물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월요일에 문을 여는 박물관이었는데, 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하여 역시나 인적이 드물었다. 자동차광인 워니만 아니었다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워니는 기대가 컸다. 30여분을 달려 뮐루즈에 도착했는데, 비가 제법 온다.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는 써니는 약을 챙겨 먹고 차에서 쉬겠다고 했다. 워니랑 둘이서 휙 하고 돌아보고 빨리 오겠다고 하고 둘이서 총총걸음으로 박물관으로 향했다.


티켓팅을 하는데 직원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우릴 반겨준다. 표를 사는 것부터 입장하는 방법까지 아주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원래 친절한 분이시겠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더욱더 신경을 쓰고 챙겨주는 느낌이었다. K-pop을 사랑하시는 분이신가.. 파리에서 바토무슈에서 한국어 안내방송이 나올 때도 그랬지만, 이런 순간에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박물관에 입장하니,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밖에서 볼 때는 이 정도 규모의 전시관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구경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외관만 봤을 땐, 대충 형식만 갖춘 전시관일 것이라 미리 추측했었는데, 아니었다.

100여 년 전 최초로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당시부터 현시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 자동차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된 제법 규모가 크고 구색이 잘 갖춰진 박물관이었다.  

클래식 자동차부터 최신 부가티 스포츠카까지 수많은 자동차 앞에서 워니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듯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컨디션이 별로인 써니를 이끌고 먼 길을 달려왔는데, 박물관에 별 것 없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마음 같아선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박물관 폐장 시간도 다 되어 가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써니가 걱정이 되어 지체할 수가 없었다.


박물관 밖으로 나오는데, 티켓팅 데스크에 있던 아까 그 직원분이 우릴 알아보고 현관문 앞까지 나와서 잘 가라고 배웅을 해준다. 고맙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차에 돌아오니 써니가 웅크리고 누워 자고 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쉬어야 될 듯하다.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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