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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Curly Choi Jul 17. 2023

[아이들과 유럽 자동차여행 40일] - 12화

여행 5일 차 (23.1.15) - 파리 to 스트라스부르

이른 새벽에 잠이 깼다. 여전히 시차 적응이 다 안 된 탓이다. 어젯밤에 감기약을 먹고 바로 잠들어서 많이 잤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아직 새벽 5시도 안 되었다. 어쩌면 시차적응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여행을 시작하고는 즐겁고 마음 편하게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긴장의 연속이다. 혹 내가 길을 잘못 찾거나 소지품을 잃어버리거나, 아이들과 떨어져서 헤매거나 하지 않으려고 은근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탓이다. 새벽에는 오늘의 일정을 미리 정리하고 계획하다 보면 생각이 많아져 잠이 금방 깨기도 한다.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하는 날 새벽. 잠이 일찍 깨버렸다.

특히 오늘은 두 번째 여행지로 이동을 해야 하는 날이므로 짐도 꾸려야 하고, 체크아웃을 위해 숙소 뒷정리도 해야 한다. 이런저런 할 일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새벽부터 머릿속이 복잡하다. 


오늘은 첫 번째 여행지인 파리를 떠나 프랑스 동부에 있는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할 예정이다. 오전 10시 정도에 체크아웃을 하고, 며칠 동안 주차장에 그냥 세워두었던 차를 운전하여 어제 가지 못했던 개선문과 샹젤리제를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구경하기로 한다.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는 며칠 동안 계속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갔던 곳이다. 악명 높은 파리 시내 운전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주차를 할 것은 아니므로 시내 주행을 하면서 거리를 구경해 보기로 했다. 


곤히 자는 아이들을 깨워 컨디션을 점검해 본다. 다행히 열도 없고 피곤한 기색도 없다. 아이들의 회복력이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짐을 다시 싸서 떠날 준비를 한다. 숙소의 호스트가 알려준 대로 열쇠를 키박스에 잘 넣고 문을 야무지게 잠근 다음 주차장으로 간다. 며칠 동안 세워져 있던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다. 드디어 본격적인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숙소를 나와 구글맵에 개선문을 검색하여 목적지로 찍고 이동한다. 다행히 날씨는 좋다. 파리에 온 이후 가장 화창한 날씨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늘 여행 마지막날 떠날 때는 날씨가 좋아지는 법이다. 정말 희한하다. 

개선문까지는 30분가량 걸리는 것으로 내비가 알려준다. 본격적인 파리 시내 운전이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되었지만, 출발하고 10분 정도 지나자 파리 시내 운전도 별거 없네.. 하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이 붙는다. 이래 봬도 운전병 출신... 흠흠.


30여분을 구글맵의 안내에 따라 길을 찾아간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게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대로 우회전, 좌회전하며 한참을 가다 보니 마침내 저기 멀리 개선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찾은 개선문

운전을 하고 있는 나를 대신해 워니가 개선문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본다. 거대한 규모에 압도되는 순간, 근처 어딘가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 구경을 하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갈길이 멀어서 그냥 포기한다. 회전로를 두 바퀴 돌며 개선문을 구경하고 샹젤리제 거리 쪽으로 빠져나간다. 

차 안에서 바라본 샹젤리제 거리

오전이라 다소 조용하고 차분한?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고 콩코드 광장을 지나 파리 시내 순환도로로 빠져나가는 길을 만난다. (파리 시내 도로명을 잘 모르니, 정확한 도로명을 기재하기 힘듦을 알린다) 서울에 비한다면 올림픽 대로 같은 길로 빠져나가는 느낌? 그러다 반포 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길로 가게 되는 뭐 그런 경로이겠지, 추측해 본다. 

구글맵에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우리 두 번째 숙소를 검색하고 목적지로 설정한다. 약 500km가 넘는 거리이고 시간도 5시간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거리보다 좀 더 먼 거리이다. 나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장거리 운전이 즐겁다. 고속도로를 만나기까지 파리 시내운전이므로 최대한 조심조심 운전에 집중한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리니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톨게이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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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우리가 이번에 방문하게 될 국가들의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유럽은 국가마다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고속도로 들어가면서 티켓을 뽑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혹은 중간에 다른 도로로 갈아탈 때- 달린 거리에 비례하여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이탈리아도 같은 시스템이다. 

독일은 자동차로 유명한 국가답게 고속도로 통행료는 없다. 공짜로 이용한다. 정말 최고다. 문제는 스위스인데, 복잡할 건 없지만 다소 신경이 쓰이는 시스템이다. 

스위스에선 vinet(비넷)이라는 연간 통행 스티커를 사서 차 앞유리에 붙여야 한다. 가격은 45 스위스 프랑 정도.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6만 6천 원) 고속도로 휴게소나 주유소에서 살 수 있는데, 가급적 고속도로 진입 후 첫 번째 만나는 휴게소에서 사서 붙이는 것이 좋다. 혹 vinet을 붙이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경찰 단속에 걸리거나 카메라에 찍히게 되면 벌금이 무섭다. 스티커를 붙이는 위치도 정해져 있어서 스티커에 나와 있는 설명을 잘 읽어보고 붙여야 한다. Vinet은 연간권이라 한번 사면 1월부터 12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한번 사면 1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 언제 사더라도 연말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1월에 사나 12월에 사나 가격이 동일하다는 것. 즉 스위스를 1월부터 1년 동안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이나 12월에 일주일만 여행하는 사람이나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동일하다. 그러니 스위스에 사는 사람이야말로 1년간 45프랑만 내면 고속도로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지만, 짧게 여행하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고속도로를 한번, 딱 하루를 이용하더라도 비넷을 사야 하니.. 정말이지 자국민 우선주의 통행료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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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에서 티켓을 뽑아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하이패스 시스템도 있었지만 우리 차에는 그런 것이 없기에 티켓을 뽑는다.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고속도로 톨비가 비싼 편이지만 비싼 만큼 도로의 상태는 아주 좋았다. 


마침 날씨도 좋았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평원을 바라보며 도로를 달리니 며칠 동안 파리 여행하면서 쌓인 심신의 피로가 씻겨나가는 듯했다. 지나가며 보이는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들이 아기자기 예뻤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듯했다. 시골 풍경이 뭐가 특별할까 싶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제대로 정비된 듯한 정서가 느껴진달까. 오래 숙성한 와인처럼 왠지 다른 클래스를 보여주는 듯해서 부러웠다. 주유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규모가 큰 휴게소와 그 사이사이에 작은 화장실만 있는 간이 휴게소도 잘 갖춰져 있었다. 화장실이 걱정이었던 우리 써니는 한시름 놓고 맘껏 물을 마셔댔다.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 가는 길. 드넓은 평원이 피로를 씻는다.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간식도 먹고!
해질 무렵. 스트라스부르 초입. Photoed by 워니

그렇게 5시간 정도를 달려 두 번째 여행지인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에 도착해서 다른 곳을 구경할 상황은 아니어서 바로 숙소를 찾아갔다. 고속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두 번째 숙소는 다소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나름 유럽의 정취가 가득한 건물이었다. 짐을 집안에 들이고 집을 여기저기 구경하며 다니는데 마룻바닥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오래전 프랑스로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 낡고 오래됨이 싫지 않고 오히려 낭만 있어 좋다. 

스트라스부르 숙소 외부 전경
우리의 두 번째 숙소를 소개합니다

짐을 풀고 대강 정리를 마치니 캄캄한 밤이 되었다. 아직 저녁 식사를 해결 못했는데, 뭐라도 하려고 보니 식수가 부족하다. 작은 도시라 수돗물을 마셔도 될 것 같은데, 혹시 탈이 날까 염려가 된다. 주변에 마트를 검색해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까르푸 시티(이마트 익스프레스 같은 작은 슈퍼마켓)가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 구경 겸 마트를 찾아갔다. 


처음 가보는 길이지만 내비게이션을 믿고 좁은 골목도 요리조리 지나서 마트를 찾아간다. 작은 마트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물과 주스, 아이들 간식으로 먹을 과자와 피클, 우유, 계란, 쌀 등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쌀을 씻어 밥을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즉석 간편식과 반찬으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한다. 먼 길을 이동했더니 특별히 한 것이 없어도 피로가 밀려온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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