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덕 Sep 08. 2019

평생 행복을 찾고 있는 나에게

행복이란 잠시 왔다가 가는 또는 현재 그 안에 있는 것

2주 전 월요일 아침, 매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오전 9시 영업팀 미팅을 가졌다. 원래대로라면 본부장님은 한 명씩 브리핑할 때 하나씩 언급을 하시면서 조언 및 충고를 해주셨는데 이날은 그저 흐뭇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뭔지 모르겠지만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미팅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찰나 본부장님은 이내 말씀하셨다.

"지난주 금요일에 본부장에서 고문으로 보직변경될 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비상근직으로 근무예정이며 별도의 인수인계는 없습니다. 현 시각부터 업무에서 배제되니 양해 바랍니다."

좋게 포장해서 고문이지 사실상 해고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뭔가 멍한 기분이었다.

작년 여름 본부장님께 면접을 봤었고, 앞으로 해외영업에 대해 비전을 갖고 같이 나아가자고 한지 1년 만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본부장님은 뭔가 내려놓은 표정이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현실은 어렵겠지만 지금은 편안한 얼굴이었다.

"다음 주에는 인사이동이 있으니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정리 바랍니다." 이 말을 끝으로 본부장님께 받아야 하는 명령은 더 이상 없었다.


회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무성한 소문들이 돌았고, 서로 눈치를 보면서 원망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김 아무개가 생산관리로 간다며?", "아니, 이 아무개가 버림받고 간다는 소문이 있던데?" 등등 서로 신경질적인 반응이었고, 축 늘어져 불안감만 고조되었다.

그날 저녁, 본부장님 송별회를 진행하였고, 이내 눈물을 보이셨다. 가장 밀접한 상사가 해고당한 것은 처음이라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 감정이 내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내가 50세가 넘어 회사에서는 날 골칫덩어리로 본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대처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가 손가락 튕기듯 해고를 명하면 버틸 재간은 없다.

본부장의 눈물이 내 미래의 눈물이라고 생각하니 감정 자체가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경험이 쌓인다고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그런 단순계가 아니다. 불교에서는 인생 자체가 고통이라고 했듯이 행복이라는 건 짧게 왔다가 금방 가버리고, 평생 행복을 찾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행복했다고 돌이켜 볼 수 있다.

그땐 불행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행복했다

오늘도 난 행복을 찾고 있다. 하지만 지난날과 같이 현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자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어떤 미래가 와도 행복을 찾기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직도 새우깡과 떡볶이는 맛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