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만화방에서 황혼무렵 시 한잔
01화
실행
신고
라이킷
16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08. 2023
황혼무렵 시 한잔1 진은영-안주는 은주의 방
낮과 밤의 문턱에 들이키는 시의 감칠맛
연애의 법칙
-진은영
너
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가의 따스한 자갈들, 해초들
입 벌린 조개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쎈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
괜찮아요?
무겁지 않으면서도 참 따뜻한 말이다.
일면식도 없이 처음 본 사이에도 건넬 수 있는 인사.
참 사소한 인사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어느샌가
서로의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서로의 잠을 지킨다
꿈을 꾸며 해초와 가리비를 지나 세계의 배꼽으로.
허나 그런 모험길이 순탄할 리가 없지
은주의 방같이 서로 십 년을 알고 지낸 사이라도
양말 너는 방법이나 라면 물양조절 같은 이유로
우리는 늑대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며 권투글러브를 찾는다
사각링의 진혼곡을 울린다
...
그리고
내가
샌드백이었는지 권투선수인지 헷갈릴 때 즈음
눈물을 흘리며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한마디를 건넨다
'괜찮아?'
라고 쓰여 있고
'미안해, 사랑해'
라고 읽어야 하는 한 마디.
황혼 무렵에, cheers
-fin
keyword
황혼
연애
웹툰
Brunch Book
만화방에서 황혼무렵 시 한잔
01
황혼무렵 시 한잔1 진은영-안주는 은주의 방
02
황혼무렵 시 한잔2 첫사랑-웹툰 여중생A라는 금사빠
03
황혼무렵 시 한잔3-멜랑콜리아를 웹툰 덴마랑 마시기
04
황혼무렵 시 한잔4-박준 시와 신카이마코토 너의 이름은
05
황혼무렵 시 한잔5-박준 장마와 날씨의 아이
만화방에서 황혼무렵 시 한잔
스포쟁이 뚱냥조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6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