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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Sep 05. 2024

아서왕이냐 돈키호테냐 메시냐 호날두냐...

돈키호테 리뷰1-도서관 보물찾기


아직도 더위가 끝나질 않는 9월 1일.


아니 8월 32일이 더 어울리는 이 날짜의 날씨에


난 오랜만에 친구와 코인노래방을 들렀다


무얼부를까 고민하며 노래방책을 넘기다가


오래되고 낡은 창과 기사의 노래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


이적의 로시난테를 목이 터져라 불렀




그리고 난 다음날 돈키호테 원작을 찾아냈다


풀 플레이트 갑옷에 자기보다 큰 창을 든 돈키호테


표지부터 힘겨워보이는 작고 지친 로시난테


갈비뼈가 다 드러나 보일만큼 잘 먹지도 못했지만


어떻게든 주인을 태우고 풍차라는 괴물을 향해


신화와 전설에 남을 주인님을 위해 돌격한다...


최초의 근대 소설이라고도 평가받는 돈키호테는


정말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고 고전이지만


고전답게 원전을 다 읽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바로 나도 그러했다 중학생적에 문고판으로 반쯤 읽다가 말았던가 그마저도 불확실한 기억.


이번 기회에 한번 제대로 잡고 읽어볼까나




소설인데 목차부터 벌써 위풍당당한 돈키호테.


여행을 떠나자 마자 거인과 결전을 벌이고


마법의 숲을 탐험하고 기사의 책무에 괴로워하고


고행의 시간을 보내는 이런 목차만 보면


돈 키호테는 분명 그 전설의 기사 아서왕처럼


굉장한 모험 속에서 신화적인 싸움을 한 걸까


원탁의 기사 갤러해드 같은 전설의 동료와?


혹시 돈키호테는 출생부터 비범한 왕족이려나




하지만 소설 처음부터 작가는 약간 비아냥거리듯


주인공 돈 키호테의 초라한 형편을 설명해준다


끼니마다 귀족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식사


나이는 오십줄인데 살점이 거의 없는 몰골


모험담에 빠져서 기사도 책으로 꽉 메워버린 집...




사람사는 집이 아니라 도서관처럼 보일 정도로


기사도 소설로 꽉 채우고 거기에 파묻힌 돈키호테.


이건 마치 21세기에 서브컬쳐에 푹 빠져서


비슷비슷한 미소녀나 배틀물 소년 만화만 보는...


오덕후의 일상 그 자체가 아니던가


돈키호테는 분명 1605년에 첫 발매된 17세기의 근대 소설이지만... 그 시절이나 500년 지난 21세기 지금에도 덕후들의 삶은 비슷비슷하다.


게다가 자기 취향에 빠지는 걸로 모자라 타인에게 끝없이 자기가 즐기는 걸 공유하려고 하고 심지어 논쟁을 걸고 싶어하는 것도 21세기와 판박이다


호날두냐 메시냐 손흥민이냐 박지성이냐... 21세기에도 누가 최고냐 누가 진짜 1인자냐 하는 논쟁은 사실 17세기에도 아니면 그 이전에도 이 남자들의 누가 진짜 왕이냐 논란은 마찬가지일까


그리고 그렇게 1인자 유일한 왕을 찬양하며


나도 그렇게 왕이 되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고대나 21세기나 마찬가지다


자 이제 돈키호테와 함께 유랑을 떠나보자...


라만차의 풍차를 형해 로시난테와 돌격하자


모든 것은 아름다운 둘네시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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