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엔 도망가자 반드시 도망가야지
불지옥 생업의 세계에서 도서관이란 이세카이로
사실 구내식당과 비슷한 식판 비슷한 메뉴인데
도서관이란 이세계의 식판은 왜 맛이 달라질까
설령 쿠팡밥보다도 못한 탄수화물 파티일지라도
편안해진 풍경과 마음 자체가 최고의 반찬이려나
그런데 오늘은 왠지 분위기가 붉어진 캠퍼스
대입 논술고사 관계자 와엔 모두 학교를 떠나라
건물안에 붙은 출입 통제 공고는 더 진지하다
금욜 저녁부터 거동수상자는 간첩처럼 쫓겨나려나
간첩도 불청객도 아니고 10만원 기부도 했었지만
왠지 불편해져서 바로 뛰쳐나오니 곧 청량리역
비둘기 무리들 사이에서 비둘기처럼 앉아있자
물론 비둘기들 사이에서도 나는 간첩 또는 불청객
어울리지 못하고 또 떠나고 걷다보니 청계천 8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플로베르의 그 말을 따라 한주 또 버텨보았지만
산들바람이 아니라 칼바람이 온몸을 쑤신 또 한주
개천절은 공휴일 도서관도 책들도 당연히 쉬는 날
그럼에도 또 산책삼아 들려본다 기웃거린다
희미한 종이의 냄새를 맡으면 또 살아지고프니까
그러면 살아라 라고 명령하는 그런 영화는 어떨까
굳이 살아가는데 이유까지 필요없지만서도
우린 또 살아간다. 너는 아름답다는 말을 들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