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아쉽지만 상징들로 빛나는 박찬욱의 명작
다 이루었던 완벽한 가장의 실직 후 재취업 투쟁
영광의 과거를 되찾기 위해 다른 미래들을 죽인다.
그 미래들엔 바로 자신과 아들의 업보들도 잠재되어 있지만 멈출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 오늘부터 나무베기를 멈추면 내 삶의 낙 유일한 취미 분재를 가꿀 수가 없기에...
어쩔수가 없다에 대해서 개봉 초기에 이상할 정도로 혹평들만 쏟아지니 나같은 반골은 역으로 꼭 영화관에 가서 보고 판단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박찬욱의 전작인 헤어질 결심과는 다르게 대중성을 추구했다는 감독 본인의 인터뷰에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더더욱 궁금해지던 차에, 지나가다 우연히 저 신문의 이병헌 인터뷰를 보고 바로 다음날 동대문 메가박스를 찾아갔다.
다 보고 바로 드는 생각은 아마 박찬욱은 전작이 어렵고 불친절해서 흥행이 어렵다는 대중의 평가에 좀 휘둘려서 이 시대의 대중성을 오판한 게 아닌가 싶다. 헤어질 결심보다 이야기가 많이 직관적으로 쉽게 말하는 영화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욱은 가장 흥행이 안된 영화인 박쥐 때처럼 자기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확실히 드러내야만 한다는 일종의 예술가 기질과 거리두기에 실패한 건 아닐까.
이제는 박쥐 시절의 그 영화의 문법과 확실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고서 차라리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과격하고 폭력적인 연출과, 주변인물이 예상치 못하게 마구 죽어나가고 배신과 서스펜스로 도파민 터지는 반전의 스토리텔링 연쇄살인극을 만들었다면 오히려 흥행 부분에서 훨씬 낫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박찬욱은 박찬욱인지라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나 장면 장면들의 미장센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영화관을 엄청 자주 가지는 않지만 올해 혼자서 감상한 신작 영화 중에선 어쩔수가 없다가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은 말하면 스포일러와 매우 가까워지기에 언급을 삼가는 편이 좋을 듯하다. 올해 단 한 편의 영화관도 가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도 박찬욱의 이름을 믿어보신다면 꼭 집에선 불가능한 영화관에서 짱짱한 사운드와 함께 즐거운 감상의 시간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