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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부모님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

한번 더 부모님을 뵐 수만 있다면..

by 연금술사

엄마가 돌아가신 지 2년이 벌써 지났다.


엄마는 23년 7월, 한창 더울 여름. 우리 곁을 떠났다.


엄마가 떠나고 비는 미친듯이 내렸고,


이번 년에도 으레 엄마가 떠난 날이면 비가 미친듯이 쏟아졌다.


나는 퇴근하면서 난생처음 도로가 침수되어 그곳에서 무려 4시간을 서 있다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해서 다른 길로 빠져나갔다. (경찰의 안내 하에 역주행한 것입니다.)


오늘 문득 돌아가신 엄마와 아빠 생각이 너무나 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요즘 더욱더 생각이 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오늘 오후 나는 두 아들을 데리고,

동네 목욕탕을 다녀왔다.


현재 고흥에서 세달살기 하는 관계로,


고흥읍내에 있는 유자 사우나에 다녀왔다.


고흥의 특산품이 유자라서 유자 사우라나고 이름 붙인 모양이지만, 실제 유자 관련한 탕은 없다.

어쨌든, 냉탕 온탕 왔다갔다 하는 두 아들을 데리고 한참 수영연습 시켜주며 신나게 논뒤,

바로 앞 하나로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려서 나오는데


큰아들과 둘째아들이 행복하단다.


어제는 발포해수욕장 가서 신나게 놀고,

오늘은 돈까스 신나게 먹고, 목욕탕 가서 놀았으니

행복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ㅎㅎ


그런데 문득 엄마와 아빠 생각이 났다.


나는 생각해보니, 내 평생 아빠와 목욕탕을 가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정말정말 가난했던 터라....


우리 부모님은 정말로 절약,절약,절약...


단 1원이라도 허투루 쓴적이 없을 정도로 살아오셨다.


그런고로, 돈이 들어가는 목욕탕은 구경도 못해봤지만....


그것보다 마음이 갑자기 아려온 것은....


부모님 두분 모두...


언제나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우리 형제 셋을 사랑으로 키워내주셨지만,


정작 두분은....


당신들을 위해서 언제나 포기하고 희생만 하시고 살아오셨단 것이다.


엄마와 아빠...


당신들을 위해서 해 보신것이 있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나 부모님의 희생만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그런 부모님의 절약이 너무도 싫어서...

두 분 모두 짠돌이, 짠순이처럼 느껴졌다.


왜 나는 가난한 집에 태어났나 하고 한탄한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면 한대 쥐어박을 것 같다...


목욕탕을 나오는데,

오늘따라 더 부모님 생각이 난다.


저녁에는 두 아들을 데리고 고흥 우주 천문과학관에 가서 별을 볼 생각이다...


부모님도 하늘 어딘가에 멋진 별이 되어

잘 계실 것으로 믿는다.


진심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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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Gregoire Jeann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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