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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과 환 Dec 08. 2023

#5 손을 잡는다는 것

#5 손을 잡는다는 것


1.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려는데, 옆에 누운 3살 둘째 녀석이 아빠가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눈치챘나보다. 감은 눈을 뜨지도 않은채 그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내 손을 찾는다.


그러더니 내 손을 꽉 잡고는 놔주지 않는다. 아빠가 옆에 있어달라는 뜻이다. 아이가 다시 잠들 때까지 둘째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이 조그만 녀석도 자라서 얼굴에 수염이 나고, 목소리도 굵어지며, 덩치도 나보다 더 커질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매일 안아주고 뽀뽀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쯤 되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에는 뭔가 징글징글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에게 뽀뽀를 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었으면 한다. 


2. 아이가 잠들자 조용히 손을 떼고 마루로 나왔다.

3살 아이의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손의 따스함이 남아 있는 내 손을 바라보면서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 며칠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셨고, 병실에서 우리 형제들이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아버지의 옆을 지켰었다.

그때 이미 아버지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으셨고, 의식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내가 아버지 옆에서 아버지를 지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몸을 조금 움직이시는게 느껴져서, 아버지의 손을 잡아드렸었다. 그런데 그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내 손을 꽉 쥐시길래 한참을 그렇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버지의 그 손의 감촉과 따스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 어머니 역시 병원 응급실에서 며칠동안 의식 없이 누워계셨다. 내가 엄마 옆을 지킬 무렵에는 엄마 옆에서 늘 엄마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는데, 문득문득 내 손을 쥔 엄마의 손에 뭔가 모를 힘이 느껴져서, 엄마가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내 손을 잡고 있는 엄마는 무슨 마음이실까? 생각하며 의식없는 엄마의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속삭이면서 엄마의 손을 꽉 잡고 있는 내 마음이 엄마에게 전달되기를 바랐었다.




3. 아빠와 엄마가 떠나실 무렵, 두 분의 손을 꽉 쥐었을 때 느낀 그 따스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사랑하는 자식 셋을 남겨 놓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시기 전, 아빠와 엄마는 그때 무슨 마음이었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큰아들 세준이가 어릴 때면 언제나 내가 손을 잡아주면서 재웠고, 이제는 둘째 아들 세환이의 손을 잡아주면서 재우고 있다. 그 고사리 같은 두 아들의 어린 손을 떠올리니, 그때의 따스함도 같이 밀려온다.


어쩌면 부모님도 우리 형제들을 키우던 그때를 떠올리시며,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내 손을 꽉 쥐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 내 손에 남아 있는 둘째아이의 온기를 느끼며, 나도 언젠가 다시는 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날 때, 나의 사랑하는 두 아들의 손을 꽉 쥐며, 그동안 너희들 아빠로 살면서 너희들을 키울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떠나고 싶다. 



4.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아내와 두 아이들의 손을 꽉 쥐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귓가에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 역시 사랑하는 주변 사람의 손을 한번 더 잡아줌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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