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진영 Feb 27. 2021

아메리칸드림은 처절한 현재 진행형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들어 오려는 이유, 간단하다.

아메리칸드림의 놀랍도록 강렬한 이야기,
격렬하게 아름다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영화 <미나리>에 대한 찬사가 뜨겁다. <미나리>는, 무려 40년여 전인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이민자 가족의 아메리칸드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강렬하고, 격렬하게 아름다운... ' 등 갖다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더해지고 있으며, 미국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 기록 68관왕(2021.2.18 기준)을 달성 중이다.


실제로도 영화를 보면 마음이 아련해지면서도 따뜻함이 잔잔하게 전해온다. 영화에서 흥미롭게 봤던 부분인데, 인종차별에 대한 시선도 불편하지 않게 아이의 호기심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이 가족은 이주한 마을에 적응하기 위해 교회를 나가는데, 아들 데이비드는 조니라는 또래 백인아이를 만난다. 조니는 데이비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묻는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평평하니?"라고. 데이비드와 조니는 후에 절친이 된다. 다름에 대한 것을 배타적인 시각이 아닌,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으로 사랑스럽게 녹여낸다. 감독의 미국에 대한 마음,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자신의 나라 미국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영화의 배경으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아메리칸드림은 어디쯤에 있을까...?


"이민자의 나라, 미국 America as a Nation of Immigrants"을 재천명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민정책에 대한 뉴스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친이민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이주자, 밀입국자들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기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라온다.


그런데 말이 쉽지, 밀입국이라는 행위는 목숨을 건 사투이다. 멕시코에서 부모 없이 미국 남쪽 국경을 몰래 넘으려다가 국경순찰대에 붙잡혀 수용 중인 아동이 700명이 넘는다는 뉴스(AXIOS, 2-25-2021), 혹한 속에서 미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강을 건너던 베네수엘라 여성이 얼음장 같은 강물 속에서 숨졌다는 뉴스(한국일보, 2-18-2021), 스티로품에 자동차 엔진을 붙인 엉성한 배를 타고 밀입국을 시도했다 표류한 쿠바인 8명에 대한 뉴스(CBS12, 2-22-2021), 미국과 멕시코 국경 부근에서 발견된 불탄 시신 19구(멕시코인 2명, 과테말라인 5명 등)에 대한 뉴스(매일경제, 2-6-2021) 등. 밀입국에 대한 사건, 사고가 넘쳐난다. 밀입국으로 인한 비참한 죽음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2019년 영국에서 영하 25도의 냉동트럭에 숨어들어 밀입국을 시도한 중국인 39명이 주검이 된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렇듯 미국 남쪽 국경 밑으로 위치한 중남미 국가(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쿠바, 베네수엘라 등)의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향한다.


이들은 왜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넘어 오려는 것일까?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연재난재해로부터, 조직범죄로부터,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한마디로 먹고살기도 힘들고, 앉은자리에서 죽나 밀입국을 시도하다 죽나 매한가지. 미국에서 불법으로 사는 것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깐.

텍사스 엘패소로 가기 위해 리오 브라보를 건너는 이주자들, Photo : Herika Martinez/AFP via Getty Images(악시오스, 2-25-2021)
지난 17일 혹한 속에서 미-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를 건너려다 익사한 온두라스 출신 이주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구조대(로이터, 2-22-2021)
지난달 29일 미국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해 추방당한 이민자들이 텍사스 주 엘패소의  파소 델 놀테 다리를 건너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로이터, 02-01-2021)




대부분의 미국 캘리포니아 레스토랑의 직원 분포가 그렇듯이,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도 직원의 70%가 중남미 사람들이다. 이들의 대부분이 주방에서 일을 하는데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등 출신도 다양하다. 이들 중 가족은 본국에 있고, 홀로 미국으로 건너와 돈을 벌어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경우도 꽤 있다. 코비드 19 팬데믹으로 레스토랑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몇 달 지속되었는데, 실업급여를 받는 직원과 받지 못하는 직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실업급여를 받는 직원들은 자기 이름으로 세금을 착실하게 낸 미국 시민이거나 영주권자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직원들은 합법적이지 않은 체류신분의 이민자들인 것이다.



멕시코와 미국의 최저임금 수준 차이를 아는가?


멕시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멕시코의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불법체류를 하더라도 미국에서 사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낫다는 말을 엄청나게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2021년 1월 1일 기준, 직원이 26명 이상인 캘리포니아 내 모든 사업장 직원들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4이다. 직원이 25명 이하인 경우는 시간당 $13이다. LA city는 또 다르다. 이 지역에 위치한 직원 26명 이상의 사업장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5, 25명 이하인 사업장은 $14.25이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체류 형태의 적법성과는 별개로 반드시 지불되도록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고용주들은 직원의 체류 신분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관계없이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최저임금기준에 맞춰 지불해야 한다.

이에 반해 2021년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하루에 MX$ 141.70,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약 $7.15이다. 멕시코 하루의 최저임금이 미국 캘리포니아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낮다.


멕시코에서 한 30일 간 일하면서 벌 수 있는 최소 급여를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178.75이다. 이 금액을 캘리포니아 시간당 최저임금 USD$ 14.00로 나누면 12.77 시간이 나온다. 즉, 멕시코에서 30일간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12.77시간을 일하면 벌 수 있다.

멕시코 30일☓USD$7.15 = USD$178.75
USD$178.75÷USD$14.00 = 12.77Hrs.

이쯤 되면 국가의 경제상황이니, GNP니, 물가 수준의 차이니.. 이런 모든 것들을 떠나서도 목숨 걸고 올만한 곳, 아메리칸드림을 좇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동의 없이 콘돔을 제거하는 것은 성폭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