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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Aug 08. 2024

자두

봄바람 속으로 저무는 황실의 눈물 흩뿌리던

오얏꽃 향기

오랜 세월 시간의 침묵 너머 긴 가지 촘촘히 열매 맺네

초여름 햇살 더워지며

가지 사이 작은 열매 찾아 비추니

말랑하고 부드러운 달콤함,

대석자두 익어 가네


한여름 뜨거운 햇살

붓질 한 번 더하니

노란 바탕에 빨간 수채화 물감을 머금은 듯

굵고 속살 꽉 찬 후무사의 달콤함이

여름 자락 건너도록

입안에 침 돌게 하네


초등 친구 사랑 담긴 택배 상자 받아보니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찬 후무사자두

이 손 저 손 옮겨가며

먼 거리 흔들려도

용케도 상처 하나 없이 단단하네

입안의 침 삼키며 뽀득뽀득 씻어 담으니

핏줄 활짝 열어 온몸으로 돌게 하는 보약,

자두 한 알!

고향 친구 구슬땀 생각하니 혼자 먹기 아쉬워

아끼는 사람들 손에 살며시 쥐여 주네


오백 년 설운 역사 돌아

문장으로 새겨진 향기인가

찌는 듯 무더위와

폭포처럼 내리퍼붓는 장맛비를 견디고

젊음의 뒤안길 돌아

추석절 고향에 오는

아름다운 가을 아가씨,

추희자두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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