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私설] '유퀴즈' 그냥 편하게 보기
그림 : tvN 홈페이지
세상에 잘난 사람 참 많다. ‘유퀴즈’ 얘기다. 정식 명칭은 '유퀴즈 온더 블럭'. 유재석과 조세호 두 명이 진행하는 tvN의 인터뷰 프로그램이다. 예전에는 두 사람이 길거리를 오가다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잘 차려진 촬영 세트야 그렇다 해도 나오는 인물들이 더 이상 범상치 않다. (대통령이 나오면서부터인가?) 연예인의 등장이 잦아졌고, 일반인 중에서는 남다른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을 섭외하는데 그 중에서도 ‘반전 매력’을 지닌 출연자가 많다. 훤칠한 패션 모델이 알고 보면 카이스트 출신이라거나, 경찰 제복을 입은 출연자가 외항사 승무원과 사법고시를 거친 미술학도인 식이다.
‘한 방’과 반전이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배우는 바가 물론 있다. 하지만 질투와 자책도 크다. '나는 뭐지, 나는 뭘 했지...' 인생 비교가 세상에서 제일 못난 짓인 줄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여, 열심히 살아 온 출연자들을 공연히 ‘나중에 볼 동영상’으로 밀어 넣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어리석음은 질투와 자책이 아니다. 유튜브가 만들어 내는 ‘완벽의 서사’에 또 속은 것이다. 본래 영상이란 보이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에만 초점을 둔다. 그게 전부가 아님을 머리로는 분명 아는데, 여전히 눈에 보이는 걸로 상상의 완벽을 만들어 놓고 이걸 자신에게 들이밀려니 피곤한 것이다.
피식, 문득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 논술 강의에서는 제출된 답안지 중 제일 잘 된 것을 복사해 공유한다. 학생들은 그 '최고답안'을 보면서 잘 된 부분을 배우기도 하지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자기 답안이 너무 초라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고답안을 낸 녀석의 평소 수준을 잘 안다. 그저 이번 주에는 컨디션이 조금 좋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런 ‘간헐적 최고’들을 모아서 ‘상상 속 최고의 경쟁자’를 만들어 놓고는 스스로 비교하고 고뇌한다. 그럴 필요 없다고 늘 말했는데, 유퀴즈를 보면서 내가 바로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내게도 유퀴즈 제안이 들어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지. 그러면 나는 논술에 대해서, 혹은 심리와 신학의 만학도로서 그럴 듯한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그런데 잘 편집된 그 영상을 누군가 ‘나중에 볼 동영상’에 밀어 넣는다면? 마침 그 모습을 내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킥.
그러니 그냥 유퀴즈는 가볍게 봐도 되겠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게 ‘천명(天命)’인데, 마침 올해 그걸 알[知]나이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