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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Aug 29. 2023

[心神일원론] '숨'으로서의 종교


 사람들은 종교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또는 마음의 번뇌 때문에 생겨났다고 말한다. 만약 그렇다면 종교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죽음은 인생에서 단 한번의 사건이다. 1년 365일 번뇌하는 사람도 없다. 삶의 대부분은 일상인데, 그 일상과 종교가 무관할 리가.


 종교의 중요한 특징이 초월성이다. 일상과 한뼘 또는 한걸음 벗어나 있다. 누군가는 그 때문에 종교를 허황되다 매도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 초월성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바로 볼 수 있다.     


 물속에 고개를 박고 허우적대는 게 일상이라면 한 번씩 수면 위로 고개를 들어 보는 것, 그렇게 내 위치를 확인하고 숨을 들이쉬며 다시 자맥질할 기운을 얻는 것, 일상에서 종교는 그런 것이다. 장례식에서 만나는 모습은 종교의 극히 일부다.     


 초월은 탈출이나 회피가 아니다. 삶에 방향을 주는 숨이다. 크리스트교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신을 믿는다. 신약성서의 원문인 희랍어에서 성령을 뜻하는 단어가 프뉴마(pneuma), 바로 ‘숨’이다. 살기 위해 깊이 들이마셔야 할,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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