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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Jun 11. 2024

"119 구급대원입니다."

교통사고

오전 회의가 있는 날이라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아침부터 연락 오는 일도 드물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연락도 잘하지 않는다.     


am 7:17

“119 구급대원입니다.”

“○○○님 아들이신가요?”

119 구급대원이 아버지의 전화기로 연락이 왔다.      


“네, 맞습니다.”     


“교통사고로 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직장이 병원이시라는데 입원이 가능한지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am 7:21

“해당 병원에서 진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으로 오시겠습니까?”     


“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am 7:34 

"오시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급대원과 통화에 다급함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am 7:42

"지금 어디쯤이신가요? “     


”병원에 막 도착했습니다. “     

어째서인지 아직 아버지는 구급차량에 대기 중이었다.      


“연락하고 오기는 했지만 지금 중증외상환자가 오기로 해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억울했지만 병원 진료는 선착순이 아니라 중증환자부터 치료하는 것이 원칙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송에 동의했다.      


다시 내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아무래도 직원 가족이니 이것저것 수속하고 알아보기는 수월한 편이라 더 나은 결정일 수 있다.      


아버지는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다. 

입술부터 코 부위까지 찢어져 출혈과 치아 결손이 있었다.      

사고 당시 자동차 핸들에 안면을 심하게 부딪힌듯하다.

에어백이 없는 오래된 차라 더 심하게 다치신 것 같다.     

 

X-Ray와 CT검사에서 비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 소견이 있지만 다행히 수술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안면부 상처가 깊어 봉합수술에 1시간 이상 걸렸다. 

꼼꼼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흉터는 남을 것이다.      


119 구급대원에게 받은 사고현장 사진을 살펴본다. 

사고현장은 아수라장이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널브러진 차들은 각기 방향이 달라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겠거니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다. 

조바심에 직접 경찰서에 연락했지만 담당 조사관이 퇴근해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아직도 사고 직전의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며칠 입원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몸에 근육통이 몰려온다.    

 

입원 소식을 듣고 친척들이 면회를 오겠다고 아우성이다.

‘면회 금지’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고 전 이야기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 반복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면회객 응대까지는 자신이 없다.      


당분간은 입원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 

상담하며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가족이 사고를 당하니 생각보다 진척이 느린 것은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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