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커피 Feb 01. 2024

제일 맛있는 게 뭐예요? 아메리카노요!

바리스타의 애쓴 맛

여러 명이 함께 오는 손님들이 메뉴를 고르는 패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계산을 하려는 사람은 농반진반으로 "그냥 아메리카노 마셔."

계산하지 않는 사람은 농반진반으로 "사장님 여기서 제일 비싼 걸로 주세요!"


두 번째.

계산을 하려는 사람은 "비싼 거 먹어. 맛있는 걸로!"

계산하지 않는 사람은 "저 아메리카노로 하겠습니다."

계산하려는 사람은 다시 "어우 왜~ 내가 사주는 건데! 맛있는 거 먹지!"


세 번째.

계산을 하려는 사람은 "뭐 마실래?"

계산하지 않는 사람은 "사장님 제일 맛있는 게 뭐예요?"


이렇듯 세 가지 패턴에서만 봐도 손님들의 머릿속에는 카페에서 제일 싼 건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맛 없다...기 보다는 그저 그런 거, 비싼 게 제일 맛있는 거. 이런 공식이 성립되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메뉴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카페의 기본은 에스프레소를 내려 만든 커피, 즉 아메리카노이고 아메리카노 맛이 좋아야 다른 메뉴들의 맛도 좋다고 생각한다. 소문난 식당의 손님들이 하나같이 '그 집은 김치가 맛있어.'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기본은 바탕이 된다.



손님들이 메뉴를 고를 때 내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제일 맛있는 게 뭐예요"인데 나는 그 질문에 항상 "저희 카페는 아메리카노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대답한다. 나로서는 진심 백으로 하는 말인데 듣는 이들의  반응 시원찮다. 아메리카노가 만들기 쉬워서도 아니고 판매가에 비해 마진이 제일 많이 남아서도 아니다. 정말로 나는 아메리카노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


카페를 찾는 소비자의 니즈를 위해 커피와 기타 음료 메뉴만 수십 가지를 팔고 있지만 사실 나는 커피집에서는 다른 것보다 커피에 주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해서 커피 세팅을 하는 것부터 공을 들인다.

원두는 동글동글 귀엽고 단순해 보여도 생긴 것과 다르게 까다롭고 예민하기 때문에 날씨나 습도 같은 환경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침에 세팅을 해놔도 실내 온도가 달라지면 에스프레소 추출 정도와 맛도 달라진다. 커피를 대하는 것은 사춘기의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처럼 조심스럽다.



가끔 SNS에 내가 내려서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사진을 올리면 지인들은 정말 마시고 싶다, 배달 안 되나, 커피 저렇게 내려주는 데 없던데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완성된 아메리카노의 생명은 표면에 보이는 크레마. 곱디고운 황금색의 커피 거품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을 구현한다. 그렇기에 2~30잔 단체주문이 들어올 때도 크레마를 최대한 유지하고 내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메리카노에 진심인 주인장의 마음은 그렇다.

천 원을 줬든 삼 천 원을 줬든 돈 주고 사 먹는 커피가 맛없으면 고객 입장에서 기분이 상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그럴 것이다. 단 한 잔이라도 잘못 추출된 에스프레소 때문에 다른 맛으로 나가는 커피가 없기 위해, 한결같은 맛으로 적당한 만족감을 주기 위해 나는 오늘도 애쓰고, 愛 쓴다.


그러고 보면 아메리카노는 쓴맛이 아니라 바리스타의 애쓴 맛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그 '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랑 애  말이다.



이전 15화 참 신기한 손님 화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