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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ttomato Feb 10. 2021

꿈을 품은 작가와 그 책

02.09.21

요즘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클럽하우스에서 보내느라 독서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활자를 보니 머릿속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해박한 담론들을 듣고 있노라면 가끔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공허한 감정들이 나를 삼킬 때가 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읽을 때마다 포슬포슬한 토끼 인형을 품 안에 안겨주듯 동심의 세상으로 날 초대해줘서 참 고마웠다.


 '꿈'이라는 소재로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상상력이 다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기한 점이 다수의 소설에는 인물 간의 갈등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전개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쉽게 캐치해낼 수 있었다. 내재된 의미가 무얼까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도 좋지만 요즘같이 머리가 복잡하고 쉼이 필요한 지금, 편안한 안식처 같은 이야기에 기대는 게 더 좋았다.
 
신선한 스토리보다 더 눈에 들어왔던 건 저자의 배경이었다. 대기업의 반도체 엔지니어였던 이미예 작가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2년 뒤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나는 이미예 작가님이 정말 시대 흐름에 잘 맞는 작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처음에 원고를 작성하여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계기는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큰 성과를 얻으며 시작되었다. 전자책에서 시작해 나중에 유명세를 탄 뒤 종이책으로 출간되었고 오디오북까지 나왔다. 작가님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모은 돈으로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던 꿈, 진정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을 쫓아 퇴사했다. 생각보다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겠지만 그녀의 멋진 용기와 앞으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라는 사명감 또한 내게 많은 귀감이 되었다.
 
'꿈'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뜻한다.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로 일궈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잠을 잘 때 꿈을 꾸고,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미래의 꿈을 꾼다.
추운 겨울, 이불속에서 읽는 동화 같은 소설 한 편은 지친 하루뿐만 아니라, 잠든 내 모습마저 위로해줬다.
읽는 동안 불면증으로 시달리거나 악몽을 자주 꿔서 힘들어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중간중간 떠올랐는데
달러구트씨가 오늘 밤 그들을 위한 꿈을 준비해놓으셨으면 좋겠다.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우린 그걸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네, 저희가 꿈을 파는 이유가 거기 있죠. 결국 모든 건 손님들에게 달린 거니까요. 제 말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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