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차가운 공기에 몸을 사리며 지냈다. 겨울의 강을 한 시간씩 걸을 만큼의 열정은 없어서, 간이 욕조에 물을 받아 한 시간씩 들어가 앉아 있었다.
겨우내 오른 체중처럼 게으름도 무거워지는지, 요즘은 휴대폰 자판을 쓰기도 귀찮아서 재미있는 말이 생각나면 음성으로 메모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최대한 누워 미루다가, 마지못해 일어나 해치워 버리는 것이다.
지난밤의 입욕도 그랬고, 나는 밤 10시 반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혹시 이웃에 소음을 줄까 싶어 첨벙거릴 수 있는 시간의 마지노선을 11시 정도로 생각해두었기 때문이다.
막 입욕에 취미가 생겼을 때는 내겐 두 가지의 입욕제뿐이었다. 라임 향이 상쾌한 '거품형'과 온몸 구석구석 붓기를 쏙 빼줄 것만 같은 '소금형'. 두 제품 모두 저렴하고 비슷한 느낌이어서, 둘 중의 하나를 고르는 것은 가뿐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입욕 후 촉촉함과 향이 오랫동안 남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 진한 시어버터 향이 나는 '거품형'과 달짝지근한 과일과 꽃향기가 매력적인 '오일형'까지 구입해버렸다. 욕실의 작은 선반 위에 네 가지의 입욕제가 들어차 있게 된 것이다.
물이 차오르는 사이 어떤 입욕제를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욕조에 물을 너무 많이 받아버렸다. 다급히 시어버터 향이 나는 것을 풀고 몸을 담갔는데, 물에 갇힌 것 같이 답답하고 뜨거워서 금방 정리해버렸다.
그런 것이다. 이것저것 두고 고민을 길게 하다 보면 좋아하던 것도 엉망이 되어버릴 수 있다.
불쑥불쑥 내게 찾아오는 불안은 보통 앞날의 것인데, 자꾸 미리 정하려고 드는 강박이 있다. 당시에 내 좁은 머리로 상상할 수 있는 몇 가지 선택지에 빠져 시간을 흘려보내 버리는 것이다.
나는 간밤의 목욕이 즐겁지는 않았으나,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더 이상 새로운 입욕제를 탐내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가볍고 온전하게 즐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