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개와의 이별 이야기 - 4
2018년 6월 26일
오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팔고, 오후에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이런 생활을 시작한지 이주가 채 되지 않았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마음과 머리가 꽉 막힐 때면 빈 페이지를 연다. 균형을 깨뜨리는 것과 균형을 이루어 줄 것을 적는다. 일번은 ‘규칙적인 일과’였고 이번은 ‘혼자가 아닌 하루’였다. 아침마다 향할 곳이 있다는 것. 내 이름을 불러주는 선배들. 미소를 배우고 있다.
지저귀는 작은 새. 비가 잠깐 그쳤다. ‘오공의 묘는 괜찮을까.’ 아버지가 땀흘려 덮은 흙이 어느 정도 흘러 내렸겠지. 보송한 흙이 빗물을 머금는다. 마침내 살아난 듯 송송송 생겨나는 구멍. 부지런한 빗물이 하얀 나무관에 닿는다. 나무는 얼룩지며 천천히 물을 삼킨다. 톡. 톡. 아슬아슬하게 고인 물방울이 흰 털 사이로 떨어져 작은 몸을 타고 흘러 내린다. 물과 흙과 나무와 함께 서서히 땅에 잠기는 개. 존재의 마무리를 자연에게 맡기고 세상을 느끼는 일을 그만둔다. 부러운 마음마저 든다.
“오래 일하기 좋을거예요. 미래는 없지만.” 미소를 지었다. 미래가 없다면 삶이 얼마나 가벼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