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중앙은행 : 제1 미국 은행

미국 경제역사 이야기 12

1790년 12월 해밀턴은 두 번째 보고서를 제출한다.

국가 은행에 관한 보고서 - 해밀턴의 두 번째 보고서

‘국가 은행에 관한 보고서(Report on a National Bank)’라는 제목으로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설립이 꼭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안에는 중앙은행의 자본금 규모와 운영 주체(주로 민간인), 전국 각 지점의 설치가 가능한 내용(당시 전국에 지점이 가능한 은행은 없었다), 20년의 존속 기간과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권리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영국의 잉글랜드 은행을 참고하여 미국에 중앙은행을 설립하자는 뜻이다. 정부를 대신해 지폐의 발행권을 가지는 것은 물론 통화량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기대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해밀턴의 동상 <출처 : 위키피디아>

주 목적은 부문별 하게 남발되어 있는 화폐를 통일하고(당시 은행마다 은행권 발행이 가능했다) 유럽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이 보고서를 쓰기 위해 약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경험(뉴욕은행의 설립자 였다)과 유럽의 은행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조사를 했다. 

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대출해 산업 기반을 구축할 곳에 사용된다면, 빠른 시간에 국가의 부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790년대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투자에 사용할 만한 자본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담보로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발행, 자본 공급을 생각한 것이다. 

자본의 힘으로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를 기반으로 국가의 신용도가 올라가고 유럽에서의 자본도 힘들이지 않고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무장관 제퍼슨의 반대

보고서의 내용이 공개되자, 바로 의회 내 즉각적인 반발이 제기되었다. 

그들은 연방정부의 권한 강화가 주정부의 권한보다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특히 은행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은행 위의 은행과 국가 화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한다는 것은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 ~ 1826)이 있었다. 그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 작성자이자 건국의 아버지, 그리고 미국 제3대 대통령 이었다.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초상 <출처 : 위키피디아>

해밀턴과 가장 대척점에 선 라이벌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정치적인 목적으로 중앙은행 설립에 반대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목적이 사기꾼들이 돈 버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와중에 해밀턴은 1791년 추가적인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조폐국에 관한 보고서

이는 ‘조폐국에 관한 보고서(Report on a Mint)’로 달러가 미국 통화임을 공식적으로 증명 했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던 것은 스페인 통화였는데, 미국의 통화가 아닌 외국의 것이다. 

해밀턴은 스페인 통화와 동일한 무게의 미국 달러를 발행하여 사용하는 것이, 국가 통화 체계를 수립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법안은 통과 되었다. 

이후 하원과 상원의 의원 대다수는 '중앙은행 설립에 관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안건은 무사히 통과되었다. 

최종적으로 대통령(당시 조지 워싱턴)이 서명을 앞두고 거부권 행사의 갈등이 있었다(국무장관 제퍼슨과 법무부 장관 에드먼드 랜돌프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밀턴은 논리적으로 대통령을 설득, 최종 승인을 받아 냈다.

드디어 중앙은행(이 은행을 ‘제1 미국 은행(First Bank of the United States)’이라 부른다)의 설립이 이루어졌다.

필라델피아의 제1 미국 은행(First Bank of the United States)  <출처 : 위키피디아>

 '제1 미국은행'의 설립

'제1 미국 은행'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당시 출자금은 1,000만 달러였고 연방정부의 주식은 200만 달러였다. 출자금의 80%를 시장에 발행하는 주식에 의존 했다.

1791년 7월 4일 '제1 미국 은행'의 주식이 정식으로 상장되어 거래가 시작되었다. 

모든 주식은 수 시간 내에 팔려 나갔다. 시작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20년의 승인 기간이 족쇄가 되어 나중에 정치적인 문제로 승인 연장을 받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된다.

'제1 미국 은행' 설립 이후 미국의 자본 시장은 점점 더 발전해 가면서 자본의 유동성은 크게 늘어났다. 추후 1803년에는 공채를 발행한 자금으로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매입하는 데 사용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