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엽 May 05. 2020

제1 미국은행의 역할

미국 경제 역사 이야기 13

1792년 2월 의회의 승인을 받은 ‘제1 미국 은행(First Bank of the United States)’ 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제1 미국은행'의 시작


이 은행은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두고 주요 지역(뉴욕, 보스턴, 볼티모어, 뉴올리언스 등)에 지점을 설치, 영업망을 확대하였다. 


역할은 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당시 연방정부의 대리인 성격이 강했기에, 정부의 세수와 연관된 행정 업무가 많았다.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 연방정부에 대한 대출 업무 등이 주를 이루었다. 금융정책에 대한 권한이 없거나 적었고, 타 은행에 대한 감독 권한도 높지 않았다. 


쉽게 표현해 정부 은행이었고 독립성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방정부를 제외하고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주법은행(state bank, 주 정부가 인가한 은행으로 ‘주 은행’, ‘주립은행’이라 표현하기도 한다)‘이 '제1 미국은행'의 눈치를 봐야 했다.


이 시기에 ’ 제1 미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기재된 금액의 가치와 일치하는 금으로의 태환(兌換, 지폐를 정화(正貨, 표시된 가치와 그 자체의 가치가 일치하는 화폐)와 바꿈)이 가능했다.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으로 사용 가능했는데, 유통되는 화폐의 할인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달러 지폐 좌측 상단에 ‘THIS NOTE IS LEGAL TENDER FOR ALL DEBTS, PUBLIC AND PRIVATE’가 기재되어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당시 주법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그 종류가 제각각이고 발행된 양도 많아 별도의 안내서가 존재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주법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금으로의 태환이 안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지역적 유통의 한계 등으로 실제 액면가보다 할인되어 유통 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미국은행'의 화폐는 연방정부의 국채를 담보로 발행했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았다. 사용자들의 선호도도 높아 무분별한 화폐의 유통질서를 바로 잡는데 기여 했다. 

    

은행권(銀行券, bank note)의 종류


당시 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은행권)의 종류는 어떠한 것인가? 


은행권(銀行券, bank note)이란 은행이 발행한 신용 지폐를 말한다.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금으로 태환(兌換, 지폐를 정화(正貨)와 바꿈)이 가능한 금태환 은행권과 금으로 태환이 불가능한 불태환 은행권이다. 


금태환 은행권은 지폐를 발행한 은행에 찾아가 제시하면, 기재된 액면 금액만큼 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불태환 은행권은 금으로 교환이 안 되는 지폐를 말한다. 이럴 경우 당연히 금으로 교환이 가능한 금태환 은행권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금태환 은행권이 갖지 못한 권한을 불태환 은행권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국가가 불태환 은행권을 상품 구입과 비용 지급 목적으로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법적으로 유통권을 보장받게 해 준 법정 지불수단인 것이다. 강제성을 갖췄다. 


불태환 은행권은 법정 지불수단이 되지 못하는 순간, 금과 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종이와 다름없는 신세가 된다. 그래서 불태환 은행권 발급을 중앙은행에 한정시켜 놓고 있다. 아무나 함부로 발행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불태환 지폐인 콘티넨탈 55달러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금태환 은행권은 어떠한가? 금본위제도 하에서 사용되었던 지폐로, 금으로 교환이 된다는 안정성은 높으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금액 이상으로 발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통되는 양과 규모에 한계가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요구되는 은행권의 금액이나 수량도 비례하여 증가해야 하는데, 금태환 은행권은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지금은 금태환 은행권이 없어지고, 불태환 은행권이 국가의 보증을 받아 유통되고 경제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무역거래에 사용되고 있는 미국의 달러나 한국의 원화는 모두 불태환 은행권이다. 


참고로 미국의 달러는 1971년 8월 미국의 닉슨 쇼크(닉슨 대통령에 의한 달러 – 금태환 금지 발표) 전까지 금태환이 가능했다.

 

’제1 미국은행‘의 기능 3가지


해밀턴이 생각한 ’제1 미국은행‘의 기능은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는 연방정부의 세금을 관리하고 지급하는 역할이다. 금고 역할과 유사하다. 


두 번째는 국채를 발행하여 그 자금으로 연방정부와 주법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이다. 이는 전쟁이나 경제 위기 시, 신속한 자금의 투입이 주 목적이다. 


세 번째는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의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독립 전행 후 미국 초창기 통화 공급(화폐의 발행 조절)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경제적 이슈였다. 


금이나 은의 부족 등으로 실제 금태환이 가능한 지폐를 발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것도 주 단위의 지역적 한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래서 전국 단위로 공급이 가능한 곳은 ’ 제1 미국은행‘에서 발행한 지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루이지애나 시민은행이 발행한 5달러 지폐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세 번째 기능에 추가적으로 주법은행을 관리하는 역할도 수행했는데, 주법은행이 함부로 은행권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다. 


즉 주법은행에서 발행한 은행권을 ’ 제1 미국은행‘에서 모아두었다가 경제의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한 것이다. 


경기가 과열의 경우 ' 제1 미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법은행의 은행권을 금으로 태환 하여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감소시켜 신용규모를 축소시켰다. 


반대로 경기가 침제일 경우 ’ 제1 미국은행‘이 주법은행권의 보유량을 늘리는 정책을 취하여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증가시킴으로써 경제의 활성화를 추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 제1 미국은행‘이 주법은행의 은행권 발권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함부로 은행권 발급을 남발하지 못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이러한 금융 정책의 결과로 독립전쟁 이후 경제적 혼란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유럽 각국의 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과 높은 신뢰도를 안겨주었다. 신용의 증가와 함께 미국 내로 투자 자금이 서서히 증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 12화 최초의 중앙은행 : 제1 미국 은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