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꿈을 현실로 만든 남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제국의 창립자 1

by 한정엽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2024년 가을, 도쿄의 높은 빌딩 사이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소프트뱅크 본사 47층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마치 손정의가 걸어온 길을 상징하는 듯했다. 무수히 많은 불빛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반짝이고 있었고, 그 중심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손정의는 창가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눈동자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재일조선인 3세로 태어나 일본 사회에서 느꼈던 차별과 소외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품었던 거대한 꿈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소년의 꿈, 거인의 발걸음


1957년 규슈 사가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손정의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꿈을 품고 있었다. 아버지 손삼헌이 운영하던 작은 파칭코 가게에서 자란 그는 가난과 차별이라는 이중의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 소년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현실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16세에 홀로 미국으로 떠났던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캘리포니아의 낯선 땅에서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했던 그 시절, 손정의는 매일 밤 기숙사에서 영어 단어장을 외우며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UC 버클리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도 그는 늘 기업가적 사고를 멈추지 않았다. 대학 시절 전자 번역기를 발명해 일본 기업에 팔아 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일화는 이미 전설이 되었지만, 그 순간 그가 느꼈던 성취감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은 평생을 관통하는 동력이 되었다.


소프트뱅크라는 기적의 시작


1981년, 24세의 젊은 청년이 도쿄에서 소프트뱅크를 창업했을 때, 아무도 이 회사가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 기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사무실이라고 해봐야 작은 방 하나였고, 직원은 손정의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머릿속에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300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그의 선언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허황된 꿈으로 들렸다. 하지만 손정의는 진심이었다. 그는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로 시작한 소프트뱅크를 점차 확장해 나갔다. 컴퓨터 잡지 출간, 전시회 개최, 그리고 야후 재팬 설립까지, 그의 발걸음은 항상 시대를 한 걸음 앞서 나아갔다.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손정의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야후에 대한 투자는 그의 혜안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1995년 200만 달러를 투자해 얻은 야후 지분은 훗날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


시련과 극복, 그리고 재도약


하지만 손정의의 길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 닷컴 버블의 붕괴는 그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었다. 한때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던 그의 재산은 하루아침에 대부분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몰락을 예언했지만, 손정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켰다.


2006년 보더폰 재팬을 인수하여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 것은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일본의 이동통신 시장은 NTT 도코모와 KDDI가 장악하고 있었고, 소프트뱅크는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손정의는 아이폰 독점 공급이라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과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열정과 설득력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비전 펀드와 미래에 대한 투자


2017년 설립한 비전 펀드는 손정의의 투자 철학이 집약된 결정체였다. 100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펀드를 통해 그는 전 세계의 혁신적인 기업들에 투자했다. 우버, 위워크, 바이트댄스 등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물론 모든 투자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위워크의 실패는 그에게 큰 타격을 주었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손정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10번 투자해서 1번만 대성공하면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가 그 철학의 정당성을 증명했다. 2000년 2000만 달러를 투자한 알리바바는 훗날 수조 원의 가치를 창출했고, 소프트뱅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손정의는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AI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ARM 인수를 통해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다양한 AI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면서 그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이점(Singularity)이 오고 있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서 소프트뱅크가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영원한 도전자


이제 67세가 된 손정의이지만, 그의 도전 정신은 여전히 뜨겁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아직 꿈의 1%도 실현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속에는 그의 끝없는 열정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출신 성분으로 인한 차별을 극복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가가 된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이다. 하지만 그에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여전히 더 큰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전진하고 있다.


손정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대를 읽는 통찰력과 과감한 실행력의 결합이었다. 그는 항상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았고, 그 미래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때로는 실패도 있었지만,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


또한 그의 성공에는 글로벌한 시각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이라는 한정된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세계를 무대로 생각했던 그의 접근법은 소프트뱅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자산은 끊임없는 학습 의지였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대해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그 호기심을 잃지 않았다. 이러한 자세가 그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했고, 때로는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게 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


손정의는 단순히 부를 축적한 기업가가 아니다. 그는 일본 사회에서 소수자였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실천해 왔다. 소프트뱅크는 국적이나 출신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고, 이는 일본 기업 문화에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그의 투자 철학은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석양이 완전히 지고 도쿄의 밤이 찾아왔다. 손정의는 창가에서 물러서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인공지능 시대라는 새로운 장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나의 꿈은 300년을 이어질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업이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품어온 이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재일조선인 소년이 일본 최고의 기업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기적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정의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서 시대를 관통하는 도전과 혁신의 역사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마다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는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손정의라는 한 남자가 세상에 남기고 있는 유산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가 세운 사업적 성과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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