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초기 역사 (1981-2000)

손정의, 소프트뱅크 제국의 창립자 2

by 한정엽


소프트뱅크의 창립과 초기 비전 (1981-1985)


1981년 9월 3일, 24세의 재일 한국인 3세 손정의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작은 사무실을 임차하여 소프트뱅크를 설립했다. 창업 당시 회사명은 '일본 소프트뱅크'였으며, 단돈 100만 엔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 버클리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개인용 컴퓨터의 혁명적 잠재력을 목격했고, 일본으로 돌아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유통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손정의는 창업 초기부터 거대한 비전을 품고 있었는데, 직원 두 명 앞에서 "우리는 10년 후 매출 500억 엔, 20년 후 1조 엔을 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로서는 허황된 목표처럼 보였지만, 그의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고 정보 혁명이 일본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 믿었다. 소프트뱅크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초기 사업은 PC용 소프트웨어 패키지 유통에 집중했다. 손정의는 미국의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일본에 소개하고 현지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특별히 집중한 것은 1982년에는 허드슨 소프트와 독점 유통계약을 체결하여 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이 결정은 소프트뱅크의 초기 성장에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사업 영역의 확장과 성장 (1985-1990)


1985년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초의 컴퓨터 전문 잡지 '오 마이 PC'를 창간했다. 이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를 넘어서 종합 정보 서비스 기업으로 발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고 잡지 사업은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두어 소프트뱅크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데 엄청난 기여를 하였다.


이후 1986년 미국 전시회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코모도어 인터내셔널의 창립자 재키 트라미엘을 만나 일본 시장 진출을 도왔던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허드슨 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하여 콘텐츠 제작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1987년 소프트뱅크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도매업체인 소프트뱅크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는데, 유통망 확대와 함께 B2B 시장 진출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 전역에 소프트웨어 유통망을 구축하자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되었다.


1988년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컴퓨터 전시회인 '소프트뱅크 월드'를 개최했는데, 이 전시회는 일본 IT 업계의 최대 행사로 자리 잡았고, 소프트뱅크의 업계 내 위상을 크게 높여 주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유통업체를 넘어 IT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 하는데 성공했다.


출판 사업 진출과 미디어 제국 구축 (1990-1995)


1990년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컴퓨터 잡지 출판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퍼블리싱을 설립했다. 손정의는 정보의 힘이 미래 사회를 지배할 것이라 확신했고, 출판을 통해 정보 유통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던 것이다. '인터넷 매거진', 'PC 월드 일본판', '맥월드 일본판' 등 다양한 전문 잡지를 발행하며 컴퓨터 및 IT 분야의 대표적 출판사로 성장했다.


1991년 소프트뱅크는 도쿄 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했다. 이는 창업 10년 만의 성과였으며, 그의 초기 비전이 현실화되기 시작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상장 당시 매출은 500억 엔을 넘어섰고, 그의 10년 전 예언이 정확히 들어맞았던 것이다.


1992년 일본 최초의 PC 통신 서비스인 'PC-VAN'을 NEC와 공동으로 시작했는데, 사실상 일본의 인터넷 시대를 여는 선구적 서비스였다. 또한 같은 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을 위해 소프트뱅크 게임즈를 설립했다.


1994년 소프트뱅크는 미국 진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컴퓨터 전문 잡지 'PC 매거진'과 'PC 위크'를 발행하는 지프 데이비스 퍼블리싱을 인수했다. 이는 총 2억 1천만 달러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이었으며,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인터넷 혁명의 선구자 (1995-1998)


1995년은 소프트뱅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해 중 하나였다. 이 해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간파하고 야후 재팬을 설립했던 것이다. 미국 야후와 합작투자로 설립된 야후 재팬은 일본 최초의 포털 사이트로서 인터넷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당시 야후 재팬에 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사실 엄청난 모험이었다.


같은 해 소프트뱅크는 도쿄 증권거래소 1부로 승격했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 엔을 넘어섰고, 손정의의 20년 비전이 불과 14년 만에 달성되었다. 그는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탁월한 실행력을 보여주었다.


1996년 손정의는 미국 야후의 지분 37%를 1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투자라고 비판했지만, 후에 소프트뱅크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되었다. 야후의 주가는 인터넷 붐과 함께 폭등했고, 소프트뱅크는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1997년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야후 쇼핑'을 론칭했는데,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또한 같은 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 'Yahoo! BB'의 전신인 '소프트뱅크 인터넷'을 설립하여 ISP 사업에 진출했다.


글로벌 투자 제국의 기반 구축 (1998-2000)


1998년 손정의는 소프트뱅크 벤처스를 설립하여 본격적인 벤처 투자에 나섰다. 그는 인터넷 관련 스타트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는 후에 소프트뱅크의 핵심 사업 모델이 되었다. 특히 전자상거래, 인터넷 서비스, 모바일 기술 분야의 유망한 기업들을 발굴하여 투자했다.


1999년 소프트뱅크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에 2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창업한 지 불과 몇 개월 된 무명의 스타트업이었지만, 창업자 마윈의 비전과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투자는 후에 소프트뱅크 역사상 최고의 투자로 기록되었다.


같은 해 소프트뱅크는 미국 이트레이드에 4억 달러를 투자했다. 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의 선구자인 이트레이드에 대한 투자는 소프트뱅크의 금융 서비스 진출을 의미했다. 손정의는 인터넷이 금융 서비스를 혁신할 것이라 확신했고, 이 분야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2000년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야후 옥션'을 론칭했다. 이는 일본 C2C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같은 해 한국의 포털 사이트 '코리아 야후'를 설립하여 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닷컴 버블과 위기관리


2000년 초 닷컴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0조 엔을 넘어섰고, 손정의는 일본 최고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버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일부 투자 포지션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3월 나스닥 폭락과 함께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소프트뱅크도 큰 타격을 받았다. 주가는 90% 이상 하락했고, 손정의의 개인 자산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일시적 조정으로 보고 장기적 관점을 유지했다.


손정의는 위기 상황에서도 핵심 자산인 야후 재팬과 야후 미국 지분을 유지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매도 압력을 가했지만, 그는 인터넷의 근본적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확신은 후에 옳은 판단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주요 사업 성과와 교훈


닷컴 버블 이전까지 소프트뱅크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1981년 100만 엔으로 시작한 회사가 2000년에는 연매출 4조 엔을 넘어서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손정의의 초기 비전이 현실이 된 것이다.


특히 야후 재팬은 일본 인터넷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는데, 포털 사이트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고, 검색, 뉴스, 쇼핑, 경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일본인의 인터넷 생활을 주도했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안정적 수익원이 되 주었다.


출판 사업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일본 최대 IT 전문 출판사로서의 지위를 확립했고, 인터넷 시대의 정보 유통을 선도했다. 'PC 월드', '인터넷 매거진' 등의 잡지는 일본 IT 업계의 필수 정보원이 되었다.


벤처 투자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알리바바, 이트레이드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철학과 안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특히 알리바바 투자는 후에 수천 배의 수익을 가져다주며 전설적인 투자로 기록되었다.


손정의는 이 시기를 통해 글로벌 기업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그는 단순히 일본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과 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을 일찍 간파하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도했다.


닷컴 버블 붕괴는 소프트뱅크에게 큰 시련이었지만, 동시에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이를 통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 더욱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 이는 후에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벤처 투자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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