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을 보면 우울해진다

비만, 인간의 욕구에 관해

by 이춘노

나는 개그맨 김준현을 좋아한다.

그가 나오는 개그 프로그램 말고도 특히나 먹방 프로그램은 요즘 유튜브 짤방으로 만든 영상에 주연급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먹방계의 신과 같은 존재로 여타의 먹방 유튜버나 사람들이 따라 하기 힘든 자연스러움이 있다. 마른 체형의 사람이 나와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입으로 쓸어 넣는 것도 신기하지만, 역시나 김준현의 자연스러운 한 숟가락이 입으로 들어갈 때 환희를 느꼈다.


즐겨보는 <맛있는 녀석들>은 재방송으로 보더라도 질리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안 보는 내가 보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인데, 재방송으로 보고 재재탕을 봐도 입맛 다신다. 그렇게 방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밥을 먹을 때도 그냥 듣고 보고 먹는다. 이미 된장찌개를 먹고 있으면서도 김준현이 먹는 돼지갈비가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난 공복감을 느꼈다.


물론 나의 먹방 사랑과 비례해서 몸무게도 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몸무게 체크를 할 때마다 우울하다. 작년에 입었던 옷이 올해는 맞지 않아서 새로 옷을 사야 하는 수고로움도 그렇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살이 오른 볼살에 20대 모습은 유적이 되었다.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면서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무심코 앉은자리에서 두툼하게 나온 배를 보면 슬퍼졌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서는 다시금 먹방을 봤다. 먹고 싶은 메뉴와 유명 유튜버 이름만 치면 맛있게 먹는 모습만 10분을 관찰할 수 있다. 이미 최고의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영상과 조명과 음향까지 준비된 세팅이다. 유튜버가 먹는 모습은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신의 경지다. 이미 누워서 떡 먹기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편한 자세로 남의 먹는 모습을 관람하게 되면, 묘한 대리 만족을 느꼈다. 특히나 라면을 먹고 싶은 밤에 먹방을 보고 나면 라면 두 개를 이미 먹고 있다. 만족스러운 맛도 안 나거니와 배가 더부룩해서 결국 다음날 위장이 불편하다는 건 알고 있다. 게다가 불편한 것은 위장만이 아니다. 이미 나온 뱃살이 증명하듯 살이 붙고 붙어서 90kg까지 왔다.


위험 수위다.

중학교 시절부터 다녔던 단골 병원에서는 나에게 고혈압을 걱정하며 약을 처방했고, 가족력이 있는 상황에서 체중 감량이 없다면 심각한 질병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것은 이미 수치로 증명이 되었지만, 체중을 줄이지 못하고, 나는 먹방을 보고 있다. 고혈압약을 처방받고 먹으며 그냥 먹으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찐한 김치찌개 먹방을 또 즐겨보고 있다.

사실 나는 김준현처럼 맛있게도 먹지 못하고, 저리 많은 음식을 먹을 기회도 없다. 기껏 먹는 것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이나 기껏 챙겨 먹는 것이 삼겹살에 소주 정도다. 그런데도 살이 쪄버렸다.

‘내가 저렇게 먹어라도 봤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그렇다. 나는 살만 찌고 잘 먹어보지도 못해서 억울하고 서럽다. 단순하게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먹는데도 서글프니 더 먹방을 봤다. 건강과 체형 유지를 위해서 기껏 참았다가 어쩌다 한번 먹는 라면 한 봉지에 무너질 거라면 그냥 잘 먹고 후회라도 없으면 좋겠다. 고등학교까지는 먹으면 키로 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옆으로 자란다. 그리고 앞으로 자란다. 그것이 부러워서 어쩜 나는 더 김준현을 좋아하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렇게 먹고도 돈을 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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