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다치다

화를 내면 나도 상대도 상처를 준다

by 이춘노

세상 살면서 사람에게 화가 나면 눈이 돌아간다. 보통의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은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이다. 그렇게 사건이 작은 일이 큰 사건이 된다. 모두가 상대방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법원에 소송도 말이 좋아서 소송이지 합법적 문서 다툼이다.


한동안 나를 힘들게 하던 사람이 있었다. 나를 위해서라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 상대에게 격한 화가 났다. 화를 내는 것만으론 부족해서 서로를 비난하고, 함께 싸웠다. 사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비난을 받을 사람이 아녔다.


그러다 어느 추운 날, 그냥 자리를 피하고자 손을 뿌리친다는 것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손을 휘저으며 넘어졌을 것이고 왼쪽 무릎과 왼쪽 팔이 따끔거렸는데, 그것보다 넘어지면서 팔꿈치가 갈비뼈를 눌렀는지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몸을 웅크리고 통증에 낑낑거렸다. 팔다리의 상처보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픈 갈비뼈 부위를 부여잡고 심각한 싸움에서 부끄럽게 도망갔다. 앉아도 누워도 아픈 상태로 하루 이틀 지났지만, 숨 쉬는 것도 아팠다. 평소에는 나오지도 않던 기침이 왜 이렇게 나오던지? 별수 없이 병가를 내고 정형외과를 갔다.

병원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접수하고도 한 시간을 기다리고 의사 얼굴을 봤는데,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다시 의사 얼굴을 보기 위해서 추가로 30분은 기다렸다.


“아픈 부위가 여기죠?”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보여주는데 부러진 것도 아니고 몸을 더듬어 그쯤이라고 답했다.


“어쩌다 다치셨어요? 이렇게 다치기도 쉽지 않은데?”


의사는 혹시나 하는 폭행이나 다른 사항으로 다친 것을 의심했다. 발을 헛디디어서 넘어졌다고 말했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내 다리를 봤다. 속으로 젊은 사람이 실속 없네 했을 것 같지만, 물론 상대를 뿌리치다가 넘어졌다는 사적인 이야기를 할 것도 아니었다. 의사는 한동안 아플 거니 물리치료를 받게 하고 진통제 처방을 해줬다. 혹시 기침이 심해지거나 그러면 다시 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진료실을 나와 수많은 사람이 누워있는 물리치료실에서 따뜻한 찜질팩을 가슴팍이 두르고 누워서 생각했다. 너무나 꼴이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화를 내다가 다치면 남아나는 몸이 없겠다 싶었다. 군 생활을 의경으로 복무하면서 잠깐 파출소 생활을 했다. 술을 먹어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이나 시비로 인해서 싸움으로 번질 때에 대부분은 별문제가 안 되는 경우였다. 그리고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의외의 직업과 사회적 위치로 저렇게 행동해도 되는가 싶은 마음이 들지만, 파출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작은 화를 참지 못해서 다치고 심하게는 형사적 처벌을 받는 때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는데, 물리치료실에 누워있는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결국은 참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듣고는 했는데, 그 이유가 아마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몸개그를 방지하기 위한 숨은 팁 아니었을까?


가슴을 다쳤다. 그것도 사람을 뿌리치다가 나도 상대도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다쳤다. 한 달을 꼬박 새우잠을 자면서 고통과 불편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만든 꼴사나운 행동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병원에 다녔다. 굳이 다칠 이유가 없던 나를 탓하면서 어이없게 상처 받았을 상대를 생각하며 다음에는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런 결심 한다고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은 못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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