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나는 처음부터 거창하게 글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냥 살면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싶어서 글쓰기 교육을 신청했고, 교육을 받다 보니 글이 되고, 쓰고 보니 책이 되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보일 글을 쓴다고 마음먹었다면 시작할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2019년 어느 3월에 청주시 오송에서 전북 남원시 산내면까지 꼬박 2시간을 운전했다. 낯선 지명의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좋지만, 어쩐지 아쉬운 마음에 전주에서 영화를 봤다.
‘영화의 거리’
한 발자국 움직이면 내 발끝에 저장된 코스가 실행됐다. 바로 나만의 객사 순례다. 우선은 영화를 한 편 보고, 냉면집에서 곱빼기로 비빔냉면을 시켜서 냉 ·온 육수를 그만큼은 더 먹었다. 그리고 길거리에 닭꼬치 집 염통 3개를 종이컵에 담아 들고서 선 자리에서 다 먹고는 중고 서점을 갔다.
직장이 생기고 5년 동안 직접 운전을 하고 왔다는 점을 빼고는 매주 비슷한 코스로 주말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왕복 400km를 달려서 나를 위한 글쓰기를 위해 지리산을 벗어났다. 처음 접한 각 지역의 사회복지 관종(관심종자의 준말) 선배들의 포부를 듣고, 각자의 욕구에 충실한 글을 쓰기를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마음을 먹었다. 복잡한 이슈와 내용은 휴대폰 에티켓 모드처럼 잠시 꺼두겠다고 말이다.
처음 교육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참여의 목적을 하나로 정했다. 지난 5년의 사회복지 업무와 개인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갈 것임을 말이다. 그리고 같이 고민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서 혼란을 정리할 수 있기를 바며 써 내려갔다. 그런 ‘쉼표’ 같은 책이 될 수 있다면, 목표 달성은 성공이다.
앞으로 올리게 될 이 책은 나의 쉼표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아닌 관객을 모시고, 내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방법은 영상이 아닌 글쓰기가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 시작을 떠올리며 제목을 다시금 적어봤다. ‘산골짜기 면서기 보호구역’. 면서기가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었던 나의 시작과 끝.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공개하고자 한다.
글을 쓰면서 과연 나의 인간 쉼표는 누구였나 생각해봤다. 그 순간에 떠올랐던 일곱 남자들. 지금도 단체 카톡방에서 하루를 울고 웃으며 동고동락하는 일곱 남자들. 힘든 시기를 함께 해준 동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를 쓰겠다고 모두에게 선언했다. 다만 그 고마움을 담아낼 정도로 글 솜씨가 뛰어나지 않음을 알기에 다듬고 고쳐가며 글을 올릴 생각이다. 앞으로 50편의 글을 차분하게 읽어 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 글은 산골짜기 면서기가 2019년에 쓴 글을 다듬고 다시 올리는 그런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