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산내를 가는 길
인사가 나고 시청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산내면을 갔다. 시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5분. 지리산 IC에서 다시금 인월을 지나고 여름철 아스팔트에 아지랑이처럼 가녀린 국도를 타고 15분을 들어가면 산내면사무소가 있다. 평소에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서 고속도로를 타고도 40분은 가야 하는 출퇴근 거리는 운전 실력이 일천한 신임 면서기 기를 죽이고도 남았다.
사실 산내면은 6개월 전에도 갔던 곳이다. 상반기 인사에 같은 계 식구를 배웅했던 그 길을 직접 운전하며 들어가는 기분은 묘함을 떠나 어쩌면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산내면이 첩첩산중에 어느 등 굽은 어르신의 초가집을 상상했다. 그것은 내가 <나는 자연인이다>를 너무 많이 본 영향일까. 이곳은 두메산골로 굽은 국도를 따라 들어가면, 면사무소 주변은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골에 대한 편견이었다. 오히려 설마 이곳까지 도로가 있을까 싶은 산에도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었다.
어릴 적, 국사 선생님의 과제로 산내면에 있는 실상사(實相寺)를 방문할 때만 해도 산을 따라 움직이는 버스는 멀미를 유발하는 시골길이었다. 그런데 내가 운전한 차로 면사무소에 와서 느낀 점은 깔끔함이다. 산 중턱을 잘 다듬어 산세가 흐트러지지 않은 가운데 마트도 몇 개보이고, 신축한 농협과 파출소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면사무소 기준으로 걸어서 5분 내외로 있다.
이틀 정도 시청에서의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산내면사무소로 출근을 했다. 여름 무더위 속에서 면장님이 새로운 직원들을 위해 마을에서 유명한 콩국수를 점심으로 정하셨다. 운전 실력이 늘 수밖에 없는 좁은 시골길을 과감하게 들어가면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각진 얼음도 떠있는 시원한 콩국수를 먹었다. 나무에 매달려서 우는 풀벌레 소리보다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가 더 큰 소리를 내는 평상에서 국물이 진한 콩국수는 생각보다 별미다.
허기가 가시자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또 생각났다. 단순히 여름철 피서를 즐기기 위한 점심이 아니라 직장인이 밥 한 끼 먹은 것뿐이다. 허탈하게 면사무소로 돌아가며 표지판을 보는데, 낯선 마을 지명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나보다 서너 살 어린 직원은 거침없이 시골길을 운전하면서 지명과 특징에 대해서 알려줬다. 아마도 같이 새로 온 직원들 역시 내 맘과 같았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애써 태연한 척 창밖을 보며 듣는 척했다.
창 밖에는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온 관광객들이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몰려들었다. 조용한 면 소재지를 상상하고 출근을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사람이 더 없을 것 같은 산속으로 자꾸자꾸 들어가고 있는 관광객 모습이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이다.
나는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차를 내려서 아무 일면식 없는 관광객과 동승을 해서 피서 즐기러 가는 틈에 끼고 싶었다. 하지만 무심한 우리 직원은 참 빨리도 차를 몰아 면사무소로 도착했다. 그렇게 그날은 남의 책상 같은 내 자리에서, 마음이 붕 뜬 상태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 이 글은 2019년에 써 놓은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