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면 근무를 명함 1

지금은 산내에 근무하지 않지만

by 이춘노

‘산내면사무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동일한 지명으로 4곳의 면사무소가 나온다. 정읍시, 경주시, 밀양시 그리고 남원시. 누가‘산내’를 부르면 ‘살래’로 부르기도 하는데, 참 부르기도 듣기도 좋다. 부르는 말소리에서 정착의 느낌이 나는 단어. 예쁜 이름이긴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내가 근무하는 산내면을 생소하게 묻는다. 나는 보통 자기소개를 할 때, 춘향이가 있는 남원. 거기서도 저기 구석에 뱀사골이 있는 산내면이라고 한다. 그런 확실한 부연 설명이 들어가야 무릎을 탁! 치며 아는 척을 한다.


그렇다.


나는 유명한 것을 갖다 붙여야 지명을 알아주는 전라북도 남원시. 거기서도 차로 40분은 외각으로 빠진 지리산 자락의 산골짜기 면서기이다.

2018년, 만 4년을 9급 막내로 있다가 드디어 하반기 인사 시즌인 7월에 승진을 기대했다. 다른 것보다 시청을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사실 동기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밀어내고 승진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몹시 껄끄러웠지만, 사람의 정 보다 시청에서 나가고 싶었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는 조급함이 강해졌다.

언제라도 갈 수 있도록 서랍장을 정리하고, 책상 서랍도 A4 박스 하나에 담을 정도로 줄였다. 그리고 틈만 있으면 인수인계서를 작성했다. 업무 중에서도 학교 수업 과목처럼 자신 있는 업무는 시간과 공을 들여서 최대한 자세하게, 미진한 업무는 소심하고 부끄러운 걱정을 하며 간단하게 작성했다. 어차피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하는 수준에서는 어려운 글로 표현하긴 싫었다.

이제는 반팔 셔츠가 익숙한 7월이 되어도 소문만큼 인사 발표는 빨리 안 났다. 보통은 금요일 퇴근 전에 기습적으로 인사 공지가 나왔다. 그래서 퇴근 전 행정 사이트는 과도한 접속으로 먹통이다. 그리고 나도 그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공범이 되었다. 그러다 누군가 “떴다!”라고 하면 우르르 달려가서 열리지도 않는 파일을 광속 클릭하며 명단을 재촉했다.

먼저 과장급 승진 내정자 인사가 났다. 이후에 6급 이하 승진자 명단 나왔다. 다행히 순번에 맞게 나는 승진 명단에 있었다. 내심 기쁨도 컸지만, 긴장을 멈출 수는 없다. 승진을 원한 것은 오로지 시청 탈출이다. 그렇게 몇 번의 뜬소문이 있고, 몇 페이지가 넘는 인사발령 공지가 뜬다. 내심 면 단위를 기대했다. 심신(心身)이 병든 나에게 운이 있다면, 집과 가까운 면을 가겠다는 기대를 하면서 명단을 훑었다. 사실 오래전 이게 안 된다면 휴직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간 곳은


‘산내면......’


주변에 사람들은 묘하게 위로했다.‘승진을 해서 갔으니,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나에게 어울린다는 둥’ 위로 같은 축하가 이어졌지만, 사실 인사가 나고도 몇 시간을 인사 결과를 실감하지 못했다.

‘차라리 휴직을 할 걸 그랬나?’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원은 다른 지역 사람이 우리 지역 장점으로 말하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인데, 그런 남원 사람이 좋다고 하는 그곳은 얼마나 청정한 곳일까? 그만큼 사람이 나들지 않는 곳이 산내면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텐데 말이다.




* 이 글은 2019년에 쓴 글 입니다. 현재는 다른 곳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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