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무덤 로드킬

유해 동물과 행복할 수 있을까?

by 이춘노

산내 도로를 지나다 보면 야생동물 보호 표지판이 곳곳에 보인다. 다람쥐도 그려져 있고, 고라니, 야생 반달곰도 정말 귀엽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표지판은 그저 그림일 뿐이다. 실제로 야생동물을 만나면 매우 위험하다. 운전자들이 공통적으로 두렵게 느끼는 순간이 있다.

바로‘로드킬’이다. 고양이나 개가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오면 운전자는 엄청 당황한다. 고양이를 피하려다가 큰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고, 로드킬로 죽은 녀석들을 보면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짠하다. 그런데 그 대상이 고라니나 멧돼지, 곰이라면 그 동물은 차치하고, 운전자는 죽을 수 있다. 실제로 시골은 개나 고양이가 로드킬 당하는 경우보다 고라니나 멧돼지가 길가에 있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이다. 상상을 해보자. 죽은 멧돼지는 트랙터가 밀어도 쉽게 처리하기 힘든 동물이다. 그런 동물이 가느다란 시골길에 방치된 상태라면 지나가는 차는 어떻게 될까? 쉽게 말해서 낙석 하나가 길가에 툭하고 떨어진 상황과 같다.


한 번은 고라니 로드킬 문제로 출장을 나갔다. 고라니 사체 하나를 치우는 것도 무척 버겁고 힘들었다. 무게도 무게거니와 까마귀나 산짐승들이 내려와 2차 사고 위험이 있어서 되도록 빨리 치우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안전하다. 만약에 정말로 멧돼지가 나타났다면, 사고도 무섭지만 그 사고 현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까마득하다. 트랙터를 어떻게 공수하는지? 혹은 쓰레기 수거를 하시는 분들은 또 이것을 어찌 운반할까? 어느 개그 프로처럼 안 되는 일은‘사람 불러야 돼~’하며 해결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 불리는 사람이 내가 된다는 점이 아찔했다.

그래서 되도록 농가 피해가 있으면, 신고를 통해서 근처에서 활동하는 유해 조수 포획단에 바로 연락을 한다. 어디서 몇 마리가 출몰하여, 어떤 작물 피해를 받았으니 꼭 포획 바란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가뜩이나 바쁜데, 가족단위로 마을로 내려와 밭을 망쳐 놓은 그 녀석들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산에서 조용히 지낼 것이지. 내려와서 분란을 일으키는 고얀 것들에게 포수의 불방망이가 뿜어내길 은근 기도한다.


‘어! 이거 어디서 들었던 말 같다’


분란을 일으키는 유해한 동물. 그리고 그런 유해함을 지정한 것은 사람. 사실 나도 한동안은 멧돼지 스스로도 몰랐던 행동처럼 나도 타인들에게 그렇게 유해 인물로 한참 지정되었을 것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멧돼지에게 분노의 욕을 하는 나 또한 누군가는 나약한 나를 비난했을 것이다. 멧돼지도 산에 먹을 것이 없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마을로 내려가 민가로 밭으로 논으로 돌아다녔다. 나도 힘들어서 힘들다 말했을 뿐이데, 과연 무어라 욕할 수 있을까?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멧돼지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짠해진 마음이 든다.

힘든 마음과 새로운 일에 녹초가 되어버린 하루가 끝날 무렵에 인터넷으로 멧돼지가 싫어한다는 것들을 찾아본다. 전기 울타리로 삥~ 둘러친 철조망을 하거나, 호랑이 응가라도 구해야 하나? 사람들에게 터부시 되는 점이 같아서 동질감이 있지만, 당장은 나를 힘들게 하는 녀석들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었으면 하는 심리가 병존하는 지리산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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