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어디서 나올까?

스트레스도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다면

by 이춘노

출근길에 쓰레기 무단투기 다발 지역을 지나친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현수막까지 걸어 놨는데, CCTV가 없는 곳은 별 소용이 없다. 운전을 하다가 순식간에 드러난 모습으로도 한바탕 버려둔 쓰레기는 시골길 속 옥에 티다.


쓰레기 하면 초등학교 시절의 서울이 떠올랐다. 서울에 가니 돈을 주고 작은 봉투를 팔았다. 그리고 그 봉투에 쓰레기를 차곡차곡 꾹꾹 눌러 영혼까지 꽉 채워서 버렸다. 바로 1995년에 시행한 ‘쓰레기 종량제’때문이었는데, 시골 소년이 보기에는 너무 신기한 행동이었다. 당시 시골에서는 쓰레기는 그냥 버릴 수 있었다. 그래도 타는 것은 공터에서 태우고, 음식물은 퇴비로 모아서 밭에 뿌리면 그만이었다. 굳이 돈을 들여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바보가 하는 짓으로 인식되었다. 마치 물을 사 먹는다는 것이 개그였던 것과 같았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이제는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배출을 하고, 물건을 사면서 응당 버리는 방법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요즘은 친환경이란 단어보다 필환경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만큼의 시민들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다.

그렇다면 산내면은 어떨까?

이곳은 세 가지 주민의 성향이 함께 공존한다. 원래 산내면에서 대대로 거주하던 토박이 주민. 그리고 귀농 귀촌으로 산내에 정착한 도시 출신 주민. 마지막으로 그냥 산 좋고 물 좋은 산내 구경 온 관광객.

관광객은 먹고 즐기기 위해서 온 분들이기에 아름다운 산과 계곡에 양손 가득 가지고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가지고 온 것들은 맛있게 먹고, 또한 길가에 버린다. 의식이 있는 분들은 가지고 온 것 그대로 가지고 가거나,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린다. 그러나 대부분은 본인 차에 있던 묵은 쓰레기까지 모두 버리고 도망간다. 그래서 지리산은 여름이면 쓰레기로 몸살을 겪는다. 오죽하면 플래카드를 붙여서 “가져온 쓰레기는 담아서 가지고 가주세요”라는 양심에 호소도 했다.


하지만 주된 민원 내용은 앞서 말한 토박이와 귀농 귀촌 주민 간에 신경전이 더 크다. 기존에 대도시에서 쓰레기 분리수거에 철저한 습관이 몸에 밴 귀농 귀촌 주민은 시골의 정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농사 습관으로 쓰레기 처리에 무감각한 토박이 어르신들과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대부분의 환경 민원은 묵은 감정이 쌓여서 쓰레기 문제가 방아쇠만 당긴 것이다. 간단한 답을 놓아두고 사람들은 그 어려운 길을 돌고 돌아 서로의 감정은 상하고, 결론은 그다음으로 미룬다.


내 지인도 그러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받은 상처와 피해를 극도로 부각하고, 상대와의 대화에 결론을 쉽게 내지 못하도록 극단적인 말로 상대를 압박한다. 지금 일어나는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은 전적으로 상대에게 있다는 투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었다. 행복이란 칼자루를 남에게 쥐여 주면, 불행이란 칼끝의 방향은 결국 자신에게 향한다. 남에게서만 찾는 문제의 해결은 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론적으론 누구나 수긍하는 것인데, 객관적으로 날 돌아보는 가운데선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극단적인 지인의 생각은 모두 비슷하게 하는 행동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눈에 거슬리던 쓰레기 민원으로 땅 주인과 주변 주민 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누구도 양보 없는 주장에 나도 어느 순간 중재를 포기한다. 이럴 때는 무심한 듯 하늘을 본다. 무더운 여름에 산내에 와서 빨리 겨울이 오길 기도했다. 그건 내가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기도 했거니와, 추운 날씨와 더불어서 한편으로는 하얀 눈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민원인들이 한 번씩 와서 화풀이를 하고 가면, 그 마음이 더 간절했다.

한번 눈이 내리면 10센티미터는 쌓인다는 지리산. 적어도 눈이 한 번 내리면, 지리산도 뱀사골도 마을에 집도 쓰레기도 모두 같이 하얗게 만들어버리니 잠시나마 쓰레기 문제로 민원도 싸움도 없을 것 같았다. 원망만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지만 역시나 눈이 오기엔 이른 계절. 유명 휴가지 지리산에는 오늘도 관광객은 많았고, 쓰레기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그만큼 많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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