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친해지기

멧맘을 꿈꾸며

by 이춘노

보통‘사회복지직’은 저소득계층 지원 및 각종 복지 상담과 관련 사업에 업무를 처리한다. 전문직이라는 인식과 민원인을 상대가 어려운 업무라서 대부분의 행정복지센터에서는 팀이 따로 있다. 하지만 작은 면사무소는 복지업무 외에도 다른 업무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경작지가 많은 면에서는 산업과 농업 업무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수급자 관리 이외에도 환경과 민방위 업무도 함께 담당했다.

업무 분장표를 보면 그 단어가 참 명료하다. 하지만 그 단어 하나가 얼마나 다양한 갈래를 타고 업무로 이어지는지, 막상 일을 하는 담당자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추상적인 단어 하나로 업무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환경’을 생각하면 무슨 업무가 떠오르는가. 추상적인 단어는 무시무시한 업무의 확장성을 가진다. 환경으로 푸른 지리산을 떠올린다면, 역시나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본 것이다. 일단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쓰레기봉투 및 음식물 칩 판매, 주변 돼지농장의 악취 민원 해결, 유해 조수 피해 신고 및 보상, 석면 제거 사업, 심지어 전기자동차 보조금 신청까지 받는다. 나는 그렇게 복지·환경이라는 타이틀을 받아 들고, 한여름 이름난 피서지의 환경 담당자로 업무를 시작했다.


복지직인 내가 받은 첫 민원은 멧돼지 피해 신고다. 뉴스에서 산을 내려온 멧돼지가 가정집이나 농작물 피해를 준다는 동물이라는 것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직접 그 피해 신고 접수 담당자가 되고 보니, 포수가 되어 잡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게 하루도 귀에서 멧돼지라는 단어가 들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멧돼지 성체의 크기는 2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번식기가 지나고, 여름철이 되면 먹이가 궁해진 산 짐승들이 내려오는데, 200kg이 넘는 거구의 멧돼지 가족들이 산모퉁이를 텃밭으로 일군 고구마 밭을 헤집고 다닌 현장은 처참하다. 단순한 텃밭도 화가 날 텐데, 생업으로 지은 논을 망쳤다면 어떨까. 멧돼지 피해를 막고자 울타리까지 설치한 농가들은 힘으로 밀고 들어온 멧돼지에게 속절없이 당했다. 실제로 밭 이곳저곳을 휘저어 놓은 현장을 보면 오히려 멧돼지 밥을 따로 그릇에 담아 주고 싶어 진다. 대장간에서 특별히 주문한 강철 그릇에 고구마 사료 한 포대 부어주면 저런 만행은 하진 않으려나? 간혹 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캣맘을 떠올리며, 차라리 멧맘이라도 되어볼까 하는 웃픈 이야기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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