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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r 21. 2024

토요일에 CT를 찍다

전공의 사태에 어머니가 고생하셨다

  뉴스에서 전공의 사태가 시끄러울 때 무척 긴장되었다. 어머니는 그래도 설 명절 전에 시술을 마치고, 어렵게 퇴원을 하신 후였다. 그래도 그것이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뉴스였다. 원래 시술 후에는 따로 검사보다는 나중에 일정을 잡는다. 그 사이에 모든 집중은 시술의 부작용이 있느냐 없느냐만 집중되고, 사실 그 결과는 어느 때와 비슷하게 다시금 검사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한 주 후에 다시 외래를 진료하면서 검사와 다음 진료 시기까지 약을 타는 게 전부였다. 다음 일정을 3월 14일 화이트데이였고, 그전에 혈액검사와 ct를 찍도록 예약을 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전북대학교병원 ct실입니다. 전공의 뉴스는 보셨죠. 야간에 잡혀 있던 스케줄을 조정해야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분의 요즘은 야간에 잡혀 있던 스케줄이 모두 빼야 하는 상황이고, 그리고 가장 빠른 것이 4월 30일이다. 더불어 진료 예정인 소화기 내과도 진료가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때문에 같은 기관임에도 두 번의 스케줄을 보호자가 직접 조정해야 했다.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차라리 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전북대학교에서 혈액 검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집에 와서 또 전화가 왔다. 다시금 일정이 바뀌어서 주말에 ct를 찍을 수 있다고... 솔직히 좀 화나 났다. 당일에 받을 수 있지는 않았겠으나, 또 두 번 금식을 하고 올라가셔야 하는 어머니도 그렇고, 당장 주말 근무 때문에 하루 종일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내 상황도 그러했다.


  "접수를 먼저 하셔야 하는데, 주말에는 응급센터에서 접수를 하시고 ct실로 오셔야 합니다."


  순간 같은 병원에서 접수를 다른 건물에서 하고 가야 한다는 말이 귀에 더 들어왔다. 이건 어머니 혼자 가시기에는 너무 복잡하겠다. 전화를 끊고는 고민하다가 하루 전에 어렵게 산불 근무를 바꾸고는 토요일 점심 전에 전북대학병원을 갔다.

  조용한 전북대학병원 본관에 가기 전에 우선 응급센터 건물에서 접수를 해야 했다. 사실 접수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환자가 노인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함께 왔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건물 안도 아닌 대학병원 부지를 이리저리 걷도 계셨을 상황이 떠올라 아찔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어머니가 혼자서도 하실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 본관 건물로 들어셨다.


  본관 건물 안에 들어가기에는 잠깐의 점검이 있었고, 예약자 현황을 말하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이르게 온 시간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시 15분임을 알면서도 12시에 도착했다. 그렇게 그 공간에서 하릴없이 한 시간을 기다렸다.

  젊은 나는 핸드폰도 있고, 가방에 한 참 읽었던 <보편의 단어>라는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어머니는 참 심심해하셨다. 병원에서는 늦어도 안되기에 항상 일찍 가서 기다렸던 나와 어머니였다. 이런 기다림이 익숙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척 시간이 안 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야 ct를 찍었다. 물도 5분 안에 다섯 컵을 마셔야 하고, 각종 질문과 주사 바늘이 팔에 달기게 되는 수고로움에도 이 또한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주말에 와서 3월 14일에 결과를 함께 들을 수 있으니까.

  두 번 나눠서 온 전북대학병원 검사에서 어머니는 모처럼 배고프다고 하셨다. 매스꺼운 속을 달래고 싶으셨던지. 가까운 중국집에서 먹은 짬뽕에 오는 내내 맛있다고 하셨다. 아버지 당뇨 때문에 함께 식단 조절을 하신 어머니의 상황인지. 아니면 약기운에 느끼한 속을 달래고 싶으셨을지 모를 조금은 자극적인 음식이었지만, 참 맛있게 드셨다. 아마도 다음 전북대학교 진료를 마치면, 한 번 더 먹지 않을까? 그 꼬막 짬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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