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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r 14. 2024

짧은 입원 그리고 퇴원

퇴원을 하면서도 항상 걱정이 되는 보호자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자주 들었으나, 효자는 아니더라도 자식임에는 변함없다. 그토록 퇴원을 기다리지만 입원 후에 시술. 그리고 몰아치듯 시간이 지나면 잠시나마 여유가 생긴다. 보통은 그렇다. 식사를 하지 못하시던 어머니가 식사를 하셔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고, 각종 검사도 따라다녀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특이한 일이 없다면 퇴원이라는 말을 회진을 돌아보는 담당 의사에게 묻는다. 딱히 퇴원은 어머니 입장에서는 급하지 않을지 모른다.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는 잘 차려진 밥상을 의사와 간호사의 관심을 벗어나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솔직히 귀찮은 일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보호자인 나였다. 


  거의 한 주를 병원에 있었다. 그 사이에 두 번의 인사이동이 있었고, 내가 일하는 면사무소에도 팀장도 팀원도 바뀌었다. 문제는 얼굴도 못 보는 상황에서 떠나보내고, 또 새로 맞이해야 했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작년에 막 들어온 신규 직원. 나도 그렇지만, 우리 막둥이가 걱정되는 것은 또 무슨 마음일까? 


  난 간병을 하는 주변 자녀에게 항상 말했다. 


  "형제가 있느냐?"

  "어떻게 시간을 내느냐?"


  부럽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나름 고생을 하기에 투정을 부리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내 일상을 완전히 무시하고 병원에만 있을 수 없기에 이점은 상항 고민이었다. 

  아마 퇴원을 하더라도 짧게는 한 달에 두 번은 병원에 와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는 이런 시술이나 더 큰 수술을 맞이해야 하기에 연가 일수를 셈하는 것은 보호자의 어쩔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 연가 일수를 저축하지 않은 것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아마도 돌아간 나의 일상에서 직장 동료의 눈치도 봐야 하지만, 서류적인 연가 일수는 너무 중요한 숫자였다. 


  퇴원을 생각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책을 보다가 덮었고,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란한 마음에 차에 짐을 조금씩 옮겨 놓았다. 가방 하나에 혹은 두 개에 가지고 1층으로 내려갈 정도만 남기고, 필요했으나 이제는 불필요해진 물건을 트렁크에 담는다. 

  짧은 입원에도 준비물은 많았으나, 퇴원에도 챙겨야 할 것은 제법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가 되면 핸드폰에 퇴원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기다린다. 병원도 고생한 수고를 셈하느라 바쁜 건 알겠지만, 참 이 시간은 길게만 느꼈다. 


  간다. 


  생각보다는 적게 나온 병원비와 약봉지와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받은 종이를 들고, 차로 향했다. 그리고 출발했다. 집으로... 나의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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