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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y 17. 2024

천년송에서 소원 빌고 먹방도 했어요

지리산 산내면 와운마을 도토리묵과 감자전

  내가 2019년에 지리산 산내면에 살 때는 울적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와운마을을 갔다. 그냥 아무 때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천년송이 있는 와운마을에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후로도 종종 갔던 그곳을 한동안 못 갔지만, 마음도 다잡을 겸 초여름 시작에 가보았다.


  올초에 어머니가 간암수술을 하셨다. 나는 허리 디스크 수술에 아버지는 그 사이 입원하셨던 삼중고에 어디 지리산을 갈 틈이 있었겠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픈 허리를 조심히 다르며 길을 올랐다.


  입구에서 마을까지. 정말 파릇파릇한 자연을 벗 삼아 걷는 기분은 여간 느끼 기기 힘든 상쾌함이었다. 사무실과 원룸에 갑갑한 기분에서 해방되는 것이 온몸이 자유로웠다.

  다만 마을에 들어서면서 오르는 경사에는 그간 운동 부족으로 체력적 한계가 거친 숨소리로 표현했다. 땀도 줄줄 흐르는 것도 모자라 듬성듬성 있는 돌에 앉아 쉬는 건 기본이었다.

  그래도 도착한 천년송에서는 하늘과 산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구경하며 소원보다는 어쩐지 잘 될 것 같다는 마음에 기도도 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길을 오르며 난 소원이 하나였다.


  "가족 모두 건강하길..."


  바라고 또 기원하며 올랐기에 천년송을 보면서 알았으리라 믿었다.

  그래서였을까? 허기진 배가 도토리묵과 감자전을 원했다. 상큼한 야채와 도토리묵이 버무려진 한 접시와 잘게 썰린 감자가 바삭하게 구워진 전으로 바쁘게 손이 갔다.

  역시 이 맛에 산에 오르나? 역시나 유명 산 입구에 도토리묵 파는 곳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산을 오르면서 생긴 노곤함이 단숨에 회복되는 것은 나름의 행복이었다.

  몸이 아프고는 나도 눕는 것보다는 걷는 것을 그리고 방구석보다는 밖을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산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푸릇한 기운을 쭉 받다 보면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

  주말을 맞이해서 어떨까?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강도 좋으니 햇살 좋은 날 기분 좋은 시간과 먹방을 즐겨 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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