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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y 19. 2024

고양이는 사랑이다

나른한 어느 주말에 고양이를 만나서

  허리가 아팠을 무렵에는 구부정한 허리에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가던 길을 치료 후에는 허리를 피고서 역시나 손으로 은연중에 잡고 가게 된다. 어찌 되었건 걷는 것은 어색하다. 그럼에도 사무실 근처에 있는 우체국 고양이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이 사진을 찍게 된다. 


  그 와중에 색도 무늬도 특이한 미묘에게 시선이 뻇겨서 주변에 무심한 듯이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에게 슬며시 "야옹 ~ " 하면서 말을 걸었다. 역시나 겁 많은 다른 고양이들은 슬쩍 자리를 피하지만, 미모만큼이나 간도 큰 녀석은 카메라를 찍으라는 듯이 자세를 고쳐 잡는다. 

  사실 나를 쳐다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그 흔한 대답도 없이 작은 눈으로 앞을 보기만 하는데도, 참 귀엽게 자세도 잘 잡는다. 


  내가 잘 찾아보는 고양이 유튜브 채널이나 브런치 중에서는 고양이 영상이나 사진, 글이 많다. 그중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고양이는 사랑입니다.'였다. 반지하 창가에 고양이들과 소통하는 사람도 그렇고, 산골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겨울을 나는 것도 그렇고, 길냥이 묘생을 쭉 사진과 스토리로 남겨서 책으로 남긴 것도 모두 사랑이 담뿍 담겨 있다. 


  나도 고양이를 꽤 사랑하는 '마음만 집사'지만, 귀여운 녀석들에 대한 애정은 꽤 깊다고 할 것이다. 비록 집안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어색하고, 책임감 때문에 집사의 길을 피하고 있어도 결국은 사랑으로 고양이들을 챙기고 있다.

  내가 전에 쓴 글에서 난 고양이를 만지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생각해 보니 고양이를 이토록 좋아하면서도 쓰담쓰담하는 경우는 열 마리도 안되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록 곁은 내주는 아이들도 적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도 고양이를 살짝 거리를 두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편했을까? 냥젤리 품은 저 도톰한 앞발을 살짝 건들어볼 만도 한데, 머리부터 꼬리까지 쓰윽 쓸어주는 애정도 시도해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시금 "야옹 ~ "하는 부름에 자세를 고쳐 잡고는 나와 함께하는 저 귀여운 생명체에게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단순히 허리가 아픈 노총각의 그것은 아닐 것을 알기에 다음을 살짝 기대해 보면서 사무실로 다시 돌아갔다. 


  역시...

  고양이는 사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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