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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하 May 14. 2019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대로 의미가 있죠

좋아하는 걸 잘하기까지 하면 어떤 느낌일까. 나는 그런 기억이 손에 꼽을 만큼 있어서 쉴 새 없이 되씹어보아 낡아 떨어질 지경인데 항상 그런 사람은 어떤 기분으로 세상을 살아갈까.


나는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케이팝 댄스 클래스에 주 2회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클래스에서는 2주에 한 번 꼴로 최신곡 안무를 배운다.


이번 안무는 모 걸그룹인데 지금까지도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도를 지나치게 어렵다. 동작 숙지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남들이 춤 선을 만들어갈 동안 허우적거리는 오징어 한 마리가 될 뿐이다. 물론 오늘 새벽부터 PT를 받았고, 새로운 업무에 투입되었고, 미팅이 여러 건 있던 등 핑곗거리는 다양하다. 하지만 긴 말 다 필요 없다. 그냥 내가 못 추는 것이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한 경험이 드물다. 춤도 그렇지만 글쓰기도 그러하다. 그래서 작은 인정 (예를 들어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뻐하다가도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 절로 주눅이 든다. 분명 펜을 놓을 때 까지는 그럴듯한 글로 보이다가도 다른 이의 글을 읽고 다시 보면 글이 아니라 어떠한 문자의 나열에 불과하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아닐까. 그렇지만 좋아하는 건 좋아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어쩌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춤을 못 춘다. 하지만 춤출 때 행복하다. 나는 글을 못 쓴다. 하지만 글 쓸 때 행복하다. 그거면 된 것 아닐까.라는 자기 위안적인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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