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글을 다 짓고 제목을 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수필은 쓰이기 전부터 제목이 정해졌다. 어쩔 수 없다. 제목이 '하모니카'가 아니어서는 안 된다. 평소 하지 않던 방식으로 글을 쓰니 새로운 느낌도 조금 든다.
지금 나름 느긋한 주말을 보내며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인다. 어두운 이곳에서 지금 난 음악을 듣는다. 셔플기능을 설정해놓고 아무 음악이나 나오라는 심정으로 듣는 와중에, 내가 참 좋아했으며 지금도 좋아하는 '가객' 김광석의 음악이 내 귀로 넘실넘실 들려온다. 익숙한 반주다. 익숙한 반주로 느끼기에 기여하는 익숙한 악기소리. 그렇다. 그 악기다. 내가 할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그 악기.
어릴 적부터 김광석의 음악을 즐겨들은 내겐 하모니카가 주를 이루는 반주는 김광석의 분신처럼 느껴진다. 그의 시그니처 사운드라고나 할까. 난 지금 가족들과 떨어져있다보니, 그리운 가족생각이 문득문득 나는 요즘이었다. 그때,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마침 내 귀로 향해 내 향수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아, 이 노래도 참 좋은 노래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또 다른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친다. '보고 싶은 우리 할아버지도 하모니카 잘 부셨는데.' 그렇다. 우리 할아버지도 김광석처럼 하모니카를 불곤 하셨다. 어린 내가 할아버지댁에 놀러가면 가끔씩 하모니카를 불어 연주해주시곤 했었다. 그 당시에는 연주하시던 그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도 잘 몰랐었다. 사실, 지금도 유추일 뿐 그 노래가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나도 단정지을 수는 없다. 어린 대여섯살의 나는 그저 신기했다. 특이한 소리가 나는 저 악기 자체가 신기했다. 영락없는 어린애라 노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 고등학생 즈음 되었으려나. 아빠와 같이 어디를 가던 길이었다.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부자는 휴게소를 들렀다. 아는가, 그 휴게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옛날노래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그 노래들을 내가 잘 알지 못해 표현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아빠, 저런 노래 좋아해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아빠한테 내가 물었다. "음, 찾아듣진 않아도 노래들은 좀 알지." "솔직하게.. 진짜 좋아요? 노래가?"라고 나는 재차 물었다. "팔리는 데 이유가 있지 않겠니. 네 할아버지가 이미자 노래 참 좋아하셨는데." 아빠는 큰 뜻없이 말씀하셨을 것이다. 그냥 보고 자란 일상 중 하나일 것이니까. 순간 나는 잠시 멍해졌다.
다시 차에 타자마자 이미자 노래를 검색했다. 정확하게는 포털사이트에 '이미자 하모니카'라고 검색했다. 이미자 노래에 대한 하모니카 연주 악보도 많이 올라와있고, 노래 종류 또한 다양했다. 이미자 노래에 하모니카가 많이 쓰이는 것인가.
한 해에 대여섯번 정도 할아버지를 뵈어왔다. 핑계일지 모르겠으나, 손주가 할아버지의 모든 것을 알기에는 적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생각한다. 혹시 할아버지가 그때 연주하신 곡이 '섬마을 아가씨'나 '동백아가씨'가 아닐까 하고. 그 당시에 안방에서 할아버지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은 것은 나 뿐이었기에 물을 사람도 없다. 안타깝다. 그 어린애가 그때 그게 무슨 노래냐고만 했어도 지금의 내가 더 할아버지를 많이 추억할 수 있었는데. 이미자의 노래를 듣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나는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종종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갑자기 하모니카가 불고 싶어졌다. 잘 불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나에겐 하모니카가 없다. 궁금해하니 할아버지께서 불어보라고 하셔서 어릴 때 몇 번 불어본 것이 전부이다. 이미자 노래와 김광석 노래를 연주해보고 싶다. 그리고, 만약 정말 내가 하모니카를 연주하게 된다면, 연주를 할 그 장소가 그리운 할아버지의 앞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그저 막연한 손주의 생각일 뿐이다.
보고 싶습니다,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