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 하기엔 너무 더웠다.
한낮의 기온이 35도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아빠가 계신 산은 그늘막하나 없어 더 더웠다.
아빠는 뜨거운 햇빛을 오롯이 받고 계셨다.
아직도 장손의 이름을 중요한 집안 행사에 올릴 만큼 전통을 중시하는 우리 친가의 풍습과 기독교인 우리 집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빠가 계신 곳 앞에 간소화된 음식을 차리고 누구는 절을 하고 누구는 기도를 하며 자유롭게 아빠에게 인사를 했다.
일 년에 하루, 이틀
추석과 설이 아니면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많은 이들이 명절을 빌려 한자리에 모였다.
매년 한번 보는 친척들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때 일 년이 금방 가는 것도 같고,
조금씩 나이 든 고모들의 얼굴을 보면서 작년 같지 않은 그 모습들에 일 년이라는 시간이 새삼 참 긴 시간인 것도 같다.
아빠가 가신지 5년이다.
시간은 그렇게 빠르기도 느리기도 한데
그 체감은 늘 상대적인 것일 뿐
묵묵히 정직하게 흐르고 있다.
5년 동안, 그만큼 아이들이 자랐고
나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어느덧 5년이라 생각했는데 5년간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 보면 그래 5년이 되었구나 싶다.
아빠
우리는 또 그렇게 오늘을 살아갑니다.
행복하게 지내고 계세요.
우리도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