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노래 (25)
일과 여행으로 3주 연속 바쁜 주말이었다. 특히, 지난 주말엔 한국에서 일정을 맞춰 놀러 온 첫 직장 선배들을 안내해서 도쿄 근교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서 뭔가를 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손이 많이 가는 분 들을 챙기느라 나도 모르게 피로가 많이 쌓였던 것 같다. 화요일 저녁 9시 반쯤 잠자리에 들어 아침까지 꿀잠을 자고 일어나 스마트폰을 열었더니, 거짓말과도 같은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이게 뭐지?”라고 할 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이 밤사이 일어난 것이었다. 안 그래도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여기고 있던 자가 믿기지 않는 짓을 저질렀고, 다행히 국회의원들의 기민함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일단 큰 위기는 벗어나 있었다. 내가 잠들어 있던 불과 8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확실히 더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앞두고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 씨는 불과 2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경제와 외교를 완전히 망쳐 버렸고, 공정과 상식이라는 허울만 그럴싸한 잣대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며 부인과 그의 가족의 온갖 비리와 부정을 모른 체함으로써 다수의 국민들에게 분노와 허탈만을 안겨줬다. 지난 몇 년간 해외에 나와 살면서, 대중음악이나 문화콘텐츠를 필두로 다양한 ’한국적인‘ 강점 분야 덕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실감하곤 했는데, 요즘은 솔직히 ’쪽 팔려서‘ 못 살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는 우리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주었다.
윤석열 씨를 보고 있으면, 학벌이란 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 수십 년 이상 논쟁과 시행착오가 되풀이되어 온 입시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법대를 나와 사시까지 패스한 사람 중에도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있음을 발견한 것은 어처구니없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무식한 것만으로는 죄가 될 수 없겠지만, 그는 누구보다 무신경하고 무도하며 몰염치하기에 더 이상 그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애당초 소양도 없고 리더로서의 역량도 준비도 안 되어 있던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올라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후퇴시켜 버린 이 치욕스러운 상황은 앞으로 두고두고 역사적 교훈으로 남아 회자될 것이다.
어젯밤 통화에서 와이프가 오늘 5시 탄핵 표결 전부터 여의도에서 열리는 집회에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날도 추운데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 몸은 도쿄에 있지만 마음만은 나도 오늘 하루 여의도에서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동거지로 볼 때 윤석열 씨가 스스로 내려올 일은 없을 것 같고, 결국 국민들의 힘으로 그를 끌어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민중들의 힘을 한번 더 보여줬으면 한다. 탄핵표결 결과에 따라 또 한 번의 어두운 소용돌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새벽은 오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어든
목멘 그 함성소리 고요히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 부는 묘지위에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 벌판에 울리던 거역의 밤이었거든
아아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 해도
붉은 이 산하에 이 한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에 폭정에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에 횃불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비장함과 비통함이 섞인 오늘 내 마음을 가장 잘 받아주는 이 노래를 아침 댓바람부터 반복해서 듣고 있다. 노찾사가 부른 <이 산하에>. 대학 다니던 시절 이 노래는 자주 부르기보다는 자주 듣던 민중가요였다. 성악발성이 필요할 것 같은 어딘지 모르게 웅장함이 요구되는 노래였다. ‘조국‘이니 ‘나라‘가 아닌 ’산하’라는 표현이 좋았다 (참고로, 노찾사 1집에는 <산하>라는 다른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웅장함보다는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이라 또 좋아한다).
자랑스러운 내 조국 대한민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외친다. 윤석열 탄핵!!!
https://youtu.be/WiNowogxVzc?si=GXzbb1SbVBmROBP4
故김광석 형이 노찾사에서 활동하던 시절 불렀던 <이 산하에>는 한결 비장함이 더 느껴진다.
https://youtu.be/OwE86adWkHU?si=lxnxv0NQPljHP7yr
노찾사 1집 <산하>
https://youtu.be/4MdwxoVGgTA?si=C_f8xAN6se6gds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