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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이에요

내 인생의 노래 (28)

by 두기노

기껏해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일기장에 끄적이듯 잡글을 쓰고 있는 불량 작가로서, 내 브런치 글에 대한 조회수가 근 열흘 가까이 두 자릿수를 훌쩍 넘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저 감사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은희/이정란 듀오의 노래를 추억하고 추앙하는 글을 쓴 <사랑해요>가 계속 인기글 목록에 표시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글이 조회수 상승의 원인인 것 같다.

https://brunch.co.kr/@ndw1452/43


‘부족하다’는 표현조차 민망한 내 글을 찾아오는 사람이 이리 많다니 문득 정신이 버쩍 들었다. 브런치에 투고한 내 글을 다시 읽어보며 소소한 수정과 첨삭을 하고 나니 새삼스레 감사와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리고는 어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해바라기의 이 노래 <모두가 사랑이에요>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두 곡 모두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 외에는 별반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내게는 그 시절 내가 정말 좋아했던 추억의 곡들로서 그야말로 ‘내 인생의 노래‘라는 점에서 겹치는 점이 있다.


이 노래 <모두가 사랑이에요>는 40년 전 중학생 시절이던 1985년 무렵 히트했던 노래로서 한창때는 거의 매일 어디선가 한 번은 흘러나오곤 했다. 오후 4시 하굣길에 즐겨 듣던 ‘장유진의 가요산책‘, 집으로 오는 길 어딘가 있던 레코드점, 가요톱텐을 필두로 한 TV프로그램 등. 무엇보다 서정적이고 심금을 울리는 투박하지만 투명한 선율에 끌렸지만, 어린 마음에도 사랑과 이별을 동격으로 표현하는 듯한 가사가 역설적이게도 굉장히 공감이 됐던 기억이다. 특히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온다‘는 부분을 듣다 보면 그 자체로 감정이입이 되어 늘 찡해지고는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행복한 경험임에 틀림없지만 그만큼 아프고 슬픈 과정이라는 것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모두가 이별이에요 따뜻한 공간과도 이별
수많은 시간과도 이별이지요 이별이지요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오네요
이것이 슬픔이란 걸 난 알아요

모두가 사랑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도 많고요
사랑해 주는 사람도 많았어요
모두가 사랑이에요
마음이 넓어지고 예뻐질 것 같아요
이것이 행복이란 걸 난 알아요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오네요 이것이 슬픔이란 걸
난 알아요 이것이 슬픔이란 걸 난 알아요


나는 요즘도 유튜브로 이 노래를 가끔씩 찾아 듣는다.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내고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날엔 조용히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쁘고 마음이 고양된 날엔 겸손해지기 위해, 특별한 일없이 소소한 일상 속에선 이 또한 축복이라는 느낌을 되새기기 위해, 그리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금 울고 싶을 때 듣고 또 듣는다. 어느덧 삶의 불확실성이 많이 사라진 나이가 되다 보니,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노래에 대해 이제야 제대로 공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삶은 여전히 힘들고 앞으로 갈 길도 변함없이 험난해 보이지만, 내 마음이 한껏 넓어지고 내성이 강해진 터일 것이다. 그야말로 이제는 정말 ’모두가 사랑이에요’라고 속삭이고 싶어지는 날이다.


https://youtu.be/e56IyEzLDl4?si=RKDqOHKUhoynwCWD

이 노래와 세트로 들으면 좋을 곡: <행복을 주는 사람>

https://youtu.be/8T4zkewkyfA?si=0NcqEfaBHb0SdB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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