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걷고 또 걸으며, 가을을 보내는 중

도쿄를 떠나 시가(滋賀)와 교토에서 마주한 늦가을의 기록

by 두기노

물든 잎 아래에서

걷던 길 잠시 멈춘다.

나뭇잎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서둘러 카메라 앱을 연다.

애쓰지 않아도

제때에 물들고

때가 되면

조용히 떨어지는 것들.

자연의 섭리라 부르지만,

돌이켜보면

그 또한

켜켜이 쌓인 시간과

무수한 노력의 결실임을

이제는 나도 안다.

아쉬워서, 고마워서

한참을 떠나지 못한 채 서 있는 나에게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도 괜찮다고

늦가을이 먼저 말을 건다.

그렇다.

온몸으로 살아낸 붉은 잎 하나,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 하나.

그 조용한 아우성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추(晩秋), 하이쿠(俳句)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