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떠나 시가(滋賀)와 교토에서 마주한 늦가을의 기록
물든 잎 아래에서
걷던 길 잠시 멈춘다.
나뭇잎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서둘러 카메라 앱을 연다.
애쓰지 않아도
제때에 물들고
때가 되면
조용히 떨어지는 것들.
자연의 섭리라 부르지만,
돌이켜보면
그 또한
켜켜이 쌓인 시간과
무수한 노력의 결실임을
이제는 나도 안다.
아쉬워서, 고마워서
한참을 떠나지 못한 채 서 있는 나에게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도 괜찮다고
늦가을이 먼저 말을 건다.
그렇다.
온몸으로 살아낸 붉은 잎 하나,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 하나.
그 조용한 아우성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