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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Mar 10. 2024

그날이 오면 (재외국민투표를 기다리며)

내 인생의 노래 (13)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불과하지만, 해외에 나와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는 가급적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요즘 현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아침 출근길에 유튜브로 김어준의 ‘겸공’을 다시 듣고 퇴근길에는 ‘뉴스하이킥’을 챙겨 듣고 있다. 주말에 운동하거나 요리할 때는 ’매불쇼‘가 늘 함께 한다.


국민들이 나라 걱정, 먹고살 걱정 없이 각자의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고 국정 운영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한국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국지적으로 들어가면 여야 정치권 모두 한심하고 실망스러운 모습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능한 대통령과 무도한 검찰정권, 그리고 개념 없는 영부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2-3년 전만 해도 외국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한국의 위상이 정말 많이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는 물론 K-POP 등 한류의 영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정치와 국정운영에 있어서 적어도 지금처럼 외교와 경제를 말아먹고 있지도 않았다. 한국에서는 그 위기감이 잘 안 느껴지고 있는 모양인데, 합계출산율이 0.7조차 위협받고 있는 부분은 당장 국가재앙사태를 선포해도 모자랄 사안이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전략적으로 거리조절을 잘하는 게 외교의 근본일 텐데, 현재의 정권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교우관계 관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책도 없이 중국을 배척한 탓에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이득이 된 게  무엇인가? 국가 R&D 예산은 또 어떠한가? 검사들 특수활동비 내역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예산에 대해 효율화 운운할 자격이 있나? 독재정권의 폭정 시대에나 있을 법한 ‘입틀막’이 여러 번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자기 가족의 비위를 감싼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을 터인데도 부끄러움은커녕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또한, 대화와 소통을 포기한 대통령의 자세는 정치권 전체를 야유와 조롱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국에서 스트레스받고 있을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60% 이상의 국민들을 생각하면, 해외 근무자로서 조금 미안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3월 27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십수 년 전 일본에서 근무할 때는 솔직히 귀찮아서 신청도 안 했었다. 이번엔 첫날에 가서 투표하려 한다. 마침 투표가 가능한 일본대사관 건물이 내가 근무하는 롯폰기에서 멀지 않다. 비록 한 표에 불과하지만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으려 벼르고 있다. 그날을 기다리며 ’그날이 오면‘을 듣는다. 언제 들어도 울컥하고 웅장해지는 노래다.


이 노래 ‘그날이 오면’은, 1985년 문승현이 작사 · 작곡하여 발표한 민중가요로, 노래모임 새벽이 불러 유명해졌고 나중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공연, 음반을 통해 더욱 알려졌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인용). 대학에 입학하고 자연스레 알게 된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젊음’과 ’기다림‘이라는 두 단어가 동시에 떠올라 늘 가슴이 뜨거워진다. ’운동권‘이라고 할 만큼의 열정과 용기는 없었지만 자기를 희생해 가며 폭정에 맞서고 민주와 정의를 외치던 수많은 선배와 친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다. 일부의 운동권 간부 출신들이 기득권으로 흘러들어 가고 또 일부는 변절했다고 해서, 그 당시 목놓아 외치던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헛된 꿈’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절 그들이 기다리던 ’그날‘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대통령이 취임한 후 2년 간만 놓고 보면 ‘그날‘이 더 멀어진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래서 3월 27일만 기다리고 있다. 그/날/이/오/면/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https://youtu.be/mYk-4ORuZtQ?si=gUiO0g4GT1MEWs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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