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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Mar 10. 2024

숫자와 시장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

내가 좋아하는 일이 죄다 돈 벌기에는 글러 보일 때

 








 나의 최근 고민은 내가 돈이 되지 않는 일만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세대 라는 어느 경제 유튜버의 말처럼, 요즘 사람들은 정말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돈을 번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살림/맛집/패션/뷰티/미니어쳐 제작/일러스트 등등 다양한 컨텐츠와 사진 계정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를 볼 수 있고, 원데이 클래스와 강연으로 수익화를 하는 사람들의 사례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가 돈을 잃거나 쓰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돈을 번다. 물론 나는 압도적으로 전자다. 그러니 이 글도 쓴다. 한 때 엑소 광인이었던 친구 중 한 명이 SM 신사옥을 보며 '내가 저기 사옥에 화장실 하나 정도는 세웠을거야' 라며 자조적으로 말했던 게 생각난다. 누군가가 돈을 쓰면 누군가는 돈을 번다는 당연한 자본주의의 이치. 지갑을 털어가며 덕질을 해본 경험은 없으나 통장에 잔고가 없는 건 나도 매한가지다.


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하면 주변에서 이렇게 말한다. '너 글 쓰는 걸로 책 써서 뭐 좀 해봐.' '그림 그리는 걸로 뭐 할 수 있는 건 없어?'

(물론 그들의 말에서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뭐'='뭐 어떻게 돈 벌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줄인 말일 것이다.)


N잡, 파이프라인, 부수입의 시대. 아주 조금의 재능이라도 그것이 수익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 길을 모색하는 게 현명한 현대인처럼 느껴진다. 자주 많이 내 재능을 노출해서 유명세를 얻고, 유명해진 이후에는 그 전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수익을 더 불릴 수 있다.


 글 쓰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게 돈이 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나는 빨리 글을 못 쓰고, 그림도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린다. 유명한 작가도 출간한 책도 없는 나의 글과 그림을 기다려 줄 타인은 없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이런 마음이 든다. 그래, 빨리 써서 자주 올리고 어떻게든 홍보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 벌어보자. 근데 그게 잘 안된다. 어떻게든 자주 노출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도 좋은 제안이나 광고가 들어올까말까 라던데, 나는 생각이 날 때, 글이 쓰고 싶을 때 글을 쓰는 게 좋다. 그리고 그건 돈이 될 리 없다.


 나도 뭔가를 더 해야하나 싶은 조급함에 글쓰기와 그림 그리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지경까지 왔다. 빨리 빨리 뭔가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한 가지를 오래 뜨문뜨문 생각하는 성격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왕 시간을 들일 거면 뭔가 경제적 효용성 있는 일에 몰두해야겠다는 강박은 나의 취향마저 흐릿하게 만들었다. '아 이걸 굳이'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기록하고 싶었던 글은 생각으로만 접어두게 되고, 그림을 그려보려다가도 아이패드를 덮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들을 경제적 잣대로 재단하는 순간 무용한 일에 시간과 마음을 들이는 순간들을 경시하게 된다. 그런 시간들이 꽤 오래 지속이 되었고, 그 시간동안의 내 모습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숫자와 시장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어버리면 어떨까. 돈이 되지 않는 일에 평생을 몰두하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공들여 노력하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그 마음과 시간들이 돈을 벌어다주지는 못했어도 나는 무용한 시간들의 가치와 귀함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쨌든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개인인 이상 나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수익은 창출해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꼭 돈을 벌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내 존재의 절반정도는 숫자나 시장의 법칙에서 벗어나도 괜찮지 않을까.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들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망설이고 싶지 않다. 현명한 누군가처럼 부수입을 열심히 올리지 못하더라도 오래오래 생각해서 나만 읽을 것 같은 글을 겨우 한 편 쓰는 이 일을 계속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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