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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바꿈 Dec 20. 2023

이제는 명함을 내려놓고 나를 내밀어야 할 때

오롯이 나로서 만날 사람 찾기

명함은 냄새입니다.

모든 명함은 태생적으로

 끈적한 잉크와 종이 냄새를 지니고 있지요.

새벽에 배달된 신문처럼, 막 인쇄된 명함은

그 특유의 냄새로 당신을 표현합니다.

오래 보관하고 있는 명함이라면,

숙성된 와인의 향기를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름, 직위,  주소가 변해도  당신의 시간 흔적을 담고 있어

사골국처럼 찐한 맛이 전해집니다.  


명함은 소리입니다.

명함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반갑습니다.' 'OOO입니다.' 정중한 소리

의미 없는 만남, 회의에서 교환하는

'네네 여기 있습니다.' 겉치레 소리

그리고 지독한 일방통행

 '기호 O 번 OOO입니다.' 개떡같은 소리

그 소리는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이 지르는  그 소리를 닮았습니다.


오늘은 한 장 한 장 쌓아둔 명함을 살피며,

명함 속 사람과 나누었던 소리를 꺼냅니다.

이제는 명함을 내려놓고 나를 내밀어야 할 때!  

명함이 없어도 만날 수 있는 인연과 동무를

섬세하게 찾아봅니다.


-허은실_'나는당신에거만 열리는 책'  속

문장을 흉내 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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