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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Jun 05. 2024

뭐 대단한 거 이루려고 사는 거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철학


 지금까지 끝없이 즐거움을 쫒으며 살아왔다. '그래도 재밌게 살려고 노력은 했다.'라고 죽는 게 나의 목표였으니깐.


 갖고 싶은 걸 가져도 결국 무한한 행복은 찾아오지 않았다. 갖고 싶은 걸 손에 넣어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불평거리가 생겨났고, 단점이 눈에 보였다.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니 인생이 허무해졌다.


“아니 그럼.... 대체 세상에 원할 게 뭐가 있는 거지? ”


 그렇지 않은가? 갖고 싶은 걸 가져봤자 단점은 분명 있는데, 거기 가서 또 불평불만, 다시 질리고, 다시 새로운 걸 원할 거면 결국 세상에 원해야 할 게 뭐가 있냔 말이다.


 내가 너무 허무주의에 빠졌나 우려스럽기도 했다. 이러다 까딱하면 다시 우울증 늪으로 빠질 것만 같아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 대체 왜 사나?

바랄 게 없고,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고, 목표가 없는데왜 사나?


 그런 삶을 원하기도 했다. 원하는 게 없는 삶. 아무 바랄 게 없는 삶. 신선의 마음이 되고 싶었다.


 기안이 그러더라. 자기가 무소유도 소유하고 싶어하더라고. 나는 원하는 게 없는 삶까지 원했다. ㅋㅋㅋㅋ


 그렇게도 갖고싶던 도인의 마음(바래봤자 무얼 하나, 가져봤자 무얼 하나)에 도달하니 딱히 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나는 왜 살아야 하지?


 계속해서 질문해 보았다.


 그럼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으면 뛰어내려서 죽으면 되나? 죽지 않으면 엄청 아프겠지? 이상하게도 답이 여기서 보였다.


 아픈 건 싫다.


 아프지 않으려고 사는 거고,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으려고 일하는 거고, 스트레스 줄이려고 맛있는 것도 사 먹는 거다. 결국은 이게 다였다. 뭐 대단한 거 이루자고 사는 삶이 아니라, 고통을 피하려고 사는 게 삶이구나. 문득 깨달았다.


 나는 잔병을 달고 살아왔고, 부상도 꽤 많이 당했다. 다친 적도 아픈 적도 너무나 많았고, 얼마 전엔 진짜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 올해 초부터 미친듯한 배고픔으로 고통받기도 했다. 이러다가 아사하려나 싶을 정도로 배고픔을 느꼈다. 이 시대에 무슨 아사야 싶지만, 정말 그랬다. 웃기게도.

 돈이 너무 없어서 제대로 된 밥 한 끼 사 먹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근데 용기를 낼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난 사먹지 않을거니까. (돈이 없긴 왜 없냐. 노력을 안해서 그렇지. 라고 생각된다면 뭐 그것도 인정인데 암튼 상황이 그러했다.) 그런 게 나의 밑바닥이라면 밑바닥일까? 그 밑바닥을 찍고 보니, 절대로 그곳으로는 못가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은 지상낙원인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니, 작년 엄청나게 유행했던 쇼펜하우어의 인생철학이 생각난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이 없으면 행복이라고 했다. 분명 그 시기에 쇼펜하우어 철학책 붐에 뛰어들었고, 머리로는 잘 받아들였다. 맞지맞지. 맞지 그래야 맞지. 하지만 마음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쇼펜하우어 너는 그렇다 하는데 진짜 그래요? 반신반의. 쇼펜하우어를 괴짜 철학자로 생각하는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그러다 오늘에 와서야 이렇게 문득 그 말의 의미를 몸소 느낀다. 대단한 거 이루려고 사는 게 아니라, 아프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스트레스 안받으면 그게 다다. 이 이상으로는 집착이 생기고 그 집착이 결국 문제를 만들겠구나 싶다. 시간 좀 지나면 이것도 까먹고 또 부자가 되고 싶다. 멋진 남자 사귀고 싶다. 이러고 있겠지마는. 어쨌든 지금은 그렇다. 문제는 스트레스인데, 나도 한 현대인 하는지라, 가만히 있는 건 발전하는 느낌이 없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고 있음 안되는데.'라는 조급함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그냥 생각을 놓아버리면 그만인 것을 그 생각을 계속 잡고 있다니... 뭐 별수있나. 나도 인간인데. 노력해야지.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배고프지 않기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스트레스 안 받기 위해 생각을 놓아버리는 연습도 필요하다.


그래

그냥 오늘도

무사히 끝났으니

이만하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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