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 Aug 24. 2024

보통이고 싶지만 특별하고 싶은 나라

 유독 나르시시스트가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했다. 나 또한 내가 나르이고, 지금까지의 삶의 고통이 내 안의 나르로부터 시작된 걸 깨달았다. 나르는 열등감으로 인해 끝없이 성장해야 하며, 사람들을 깔아뭉개야 한다. 스스로는 우월감에 빠져있고, 우월한 유전자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짓누르기에 결국은 혼자가 되는 결말을 맞이한다.


 나르의 시작은 결핍으로부터 시작된다. 누구보다 더 돈이 많이야 하고, 누구보다 재능이 있어야 하며, 누구보다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인재여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주입받는다. 어렸을 때 받았던 사회의 인식, 가정의 인식이 모여 그들을 만든다. 괴물을 비난하지만, 본인이 괴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괴물을 길러낸 게 자신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은 하지 못한다.


 한국사회는 조건에 의해 인간이 정의된다. 기준보다 높은 사람이어야 인정하는 사회. 알게 모르게 너무도 만연하게 깔린 분위기라서 그런 사회 안에 살고 있는 것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의문점이 드는 건, 모두가 평범함을 거부하고 더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특출나보이고 싶어 하진 않는다. 다른 행동, 다른 생각을 하면 모두가 쳐다보는데, 마치 죄인이 된 것 같다. 딱히 큰 잘못이 아니라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동화되어 함께 비난한다.


 이렇게 동화되어 행동하는 것. 튀지 않고 살아가는 것. 이러한 행동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두려움에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는 그 기준의 범위가 너무나도 작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력자원으로 성장한 나라이고, 인력자원밖에 가지지 못한 나라이기에, 경쟁사회 속에서 튀는 행동을 하여 도태되고 버려지는 삶은 곧 죽음과도 같기 때문이다. 성장을 도모하던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은 아셨을까? 열심히 하면 아들, 딸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우울에 허덕이게 되리라는 걸 아셨을까? 힘들게 회사에서 버티는 밤들이 후세에 우울을 낳을 거라고 생각이나 하셨을까? 아마 그들도 절대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지금 우리나라는 큰 과도기에 있다. 출산율이 0.6명에 돌입하고, 노인수는 증가하지만, 일하지 않는 청년들은 최대치이고, 모두가 은둔을 하고, 우울증과 자살에 허덕이는 나라. 좋지 않은 현상임은 분명하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이뤄낸 성장 끝에 수반되는 당연한 통증이다. 나라 자체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아웃은 끝이 있다. 온갖 서러움을 겪고 치고받고 싸우면서 여기까지 온 똑똑한 대한민국의 사람들이기에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언론이 한국은 일본을 따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엄연히 다른 역사를 살아온 민족이다. 그렇기에 갈림길에서 잠깐 만났다고 하더라도 분명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번아웃을 잘 겪어내면 된다. 2030 세대들은 억울하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 언젠가는 끝이 있으리라 하며 잘 버텨내고 이제는 성장과 그래프와 숫자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보면 된다. 현재 우리 세대야 말로 진정한 청년기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오는 아픔을 겪으며 무엇이 잘 못 되었나 생각해 보고, 과거에 있었던 과오들을 되돌아보고,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면 된다.


 우리는 보통이라는 틀로 한 데 뭉칠 수 있었고, 그래서 다 같이 이뤄내 여기까지 왔다. 뭉침이 있다면 흩어짐이 있다. 이제는 조금만 흩어져 개인으로서 존재하다가 다시 뭉칠 시기가 올 때 다시 뭉치면 된다. 


그때는

더욱더 강한 모습으로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을 선택해도 좋은 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